'美 대선' 인질로 경고장 날린 北…"남북문제 간섭말라"

2020-06-11 08:42
권정근 北 외무성 美담당 국장, 조중통 문답 형식으로 美에 경고
“남조선 할아비 노릇한다”…문답형식 비난 나름 수위조절한 듯
北 선전매체, 미·중 압박받는 韓 향해 "웃기는 정치 만화" 조롱

북한 외무성이 미국 대선을 앞세워 미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다만 담화 형식이 아닌 인터뷰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나름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미국에 남북관계에 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권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흑인사망 항의 시위 등을 겪는 상황을 언급하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도부터 하라”고 지적했다.

권 국장은 ‘최근 미국이 북남 관계 문제에 주제넘게 참견하려 들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 할 권리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9일 미 국무성 대변인실 관계자가 북남 관계 진전을 지지하며 조선의 최근 행동에 실망하였다느니, 조선이 외교와 협력에로 복귀할 것을 요구한다느니, 동맹국인 남조선과 긴밀히 조률하고 있다느니 하는 부질없는 망언을 늘어놓았다”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북남 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한사코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되는 것 같으면 크게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막 역증이 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이 말하는 그 무슨 ‘실망’을 지난 2년간 배신과 도발만을 거듭해온 미국과 남조선당국에 대하여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극도의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가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권 국장은 미국이 아직 북측의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흑인사망 항의 시위 등 미국의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아울러 “미국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그것이 미국의 리(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국장이 언급한 ‘북미 간 따로 계산할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이 9일 남북관계의 파탄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대남 비난에 나섰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는 이날 조국통일연구원 장명철 연구사의 이 같은 대남 비난 발언을 전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북한 선전매체의 대남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세상을 웃기는 정치만화’라는 논평을 통해 “최근 남조선당국이 주변 대국들의 짬에 끼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조롱했다.

매체는 사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언급하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매체는 “그 무슨 ‘정책’이라는 것을 하나 작성하자고 해도 외세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팔다리를 놀리자고 해도 상전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것. 이것은 외세에 명줄을 걸고 있는 남조선당국에게 차례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했다.

또 “그런 불우한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제에 이제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운운해왔으니 참으로 세상을 웃기는 정치만화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에서 선택을 압박받는 한국의 상황이 ‘미국’이라는 외세의존 때문이라고 지적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