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적사업 전환' 류길재 전 장관 "文의 몽상이 대북정책을 망친다"

2020-06-10 14:55
"정부 '전단금지법 제정', 靑 '얼치기' 전문가+文 몽상의 합작품"

북한이 대북 전단 문제를 앞세워 남측과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끊고 대남업무의 대적(對敵)사업 전환을 선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북한의 대적 사업 전환 선포에도 청와대는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섣부른 발언으로 사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우려한 행보인 듯하다.

그간 남측의 협력 제안에도 침묵을 유지하던 북한이 돌연 강경대응으로 돌아서자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류 전 장관은 10일 ‘류길재 교수의 통일 잡설’이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의 몽상이 대북정책을 망친다”는 글을 남기며 현재의 한반도 위기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돌렸다.

류 전 장관은 “북의 대북 전단 비난이 급기야 남북관계 단절과 남을 ‘대적 관계’로 대우하겠다는 협박으로 비화됐다”며 청과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태도를 급변하는 북한의 특성상 남북 관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문재인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파탄났다”고 지적, 그 원인을 문 대통령의 몽상으로 꼽았다.

류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몽상에 대해 “북의 입맛에 맞춰 주는 대북정책을 취하면 북이 호응해 올 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대통령)이 기껏 호응을 맞춰준 것 중 가장 쓸모 있던 것은 돈키호테 트럼프(미국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 회동이 가능하단 걸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무슨 계산이 있었는지는 이제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어쨌든 싱가포르 회동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김정은도 미·북 협상의 가능성에 흥분했을 것”이라며 “김정은에게 문은 나름 쓸모가 있는 듯 보였다. 이것이 평양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째 불태워 버리자!”,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죽여라” 등의 구호가 보인다.[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류 전 장관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문 대통령의 몽상이 깨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미·북 관계의 복잡성을 전혀 이해 못 하는 문재인은 자기식의 계산과 허망한 꿈만을 꾸다 하노이 이후 왜 북이 ‘앙천대소’니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고 조롱을 해도 왜 저러는지 이해도 못 하고, 대꾸도 못 하고, 국격이고 자존심이고 내팽개치고 그저 북의 비위를 맞추면 북이 태도를 바꿀까 노심초사했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런 몽상이 문 정부에선 코로나처럼 번져서 대북정책 주무부처까지 자기 소리를 못 내고 청의 지시 이행이겠지만 전단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며 “전단 때문에 북이 남북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진정으로 생각하나”고 반문했다.

류 전 장관은 “나도 통일부에서 일했지만, 통일부의 전문가들이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청의 얼치기 전문가들과 문의 몽상이 이뤄낸 합작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류 전 장관은 “전직 통일부 장관이란 사람도 나서서 그렇다니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그분은 김영삼 정부 때 청 통일비서관을 한 사람”이라며 “그땐 북을 악마화하고, 붕괴가 필연이라고 침 튀기며 말하던 사람인데 정권이 바뀌어 호남 출신으로서 입장을 정반대로 바꾼 사람”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직 장관이면 다른 건 몰라도 전문성이라도 보여 주면 좋겠다”며 “정부의 대북정책이 갈짓자를 걸어가는 원인은 문재인의 몽상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부의장은 전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회에서 전단살포 금지 관련 법률을 확실하게 만들어놓고 그런 행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단속하는 행동이 실제 옮겨지면 북쪽이 남쪽에 대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북한과의 연락 채널은 다시 연결될 것”이라며 “(북한이) 전화선을 가위로 잘라버린 게 아니라 그냥 안 받은 거잖아요. 남쪽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연락 채널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