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강제추행 피해자 "한쪽선 추앙, 다른 쪽에선 욕해…블랙코미디 같아"

2020-06-09 19:48

"한쪽에서는 고맙다며 잔 다르크로 추앙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왜 선거 전에 밝히지 않았냐며 저를 욕한다. 한편으로는 선거 후에 밝혀진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다. 지금도 이렇게 욕을 듣는데, 선거 전이었다면 어땠을지 끔찍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한 피해자 A씨는 9일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3차 입장문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간다"며 "저를 보호하겠다는 정치권과 시청의 언론 브리핑은 넘치는데, 도움은커녕 병원비 지원 등과 같은 최소한의 부탁도 모두 확답받지 못한 채 혼자 멍하게 누워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 사지를 찢어 불태워 죽이겠다는 분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음란물 소재로 이용한 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퇴 시기와 연관 지어 제게 무슨 음모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듯 하다"며 "오 전 시장이 총선 1주일 전 저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제가 제일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또 A씨는 "이번 사건은 '아쉽다', '고맙다' 등의 평을 들을 일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이라며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저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두달여간 지켜본 블랙 코미디 같은 일들이 이 사회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고,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다수가 분노하는 그 지점에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서도 의견을 같이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290개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출범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단순히 가해자 제명만으로 그 책임을 축소하고 있고, 미래통합당 등 일부 정당은 성폭력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피해자와 지원기관에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오 전 시장과 2차 가해자 엄중 처벌,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이용 중단, 정당별 대국민 사과, 정치인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대책 제시 등을 요구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