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트럼프 '최악의 美 대통령 2위' vs 급상승 바이든 '지지율 50% 석권'

2020-06-08 18:01
트럼프 "내 편은 다 어디갔나"...시위 진압 역풍에 공화당 내부 이탈세 심화
민주당 '바이든 지지하는 공화당원' 결성할 것...미시건 등 경합주서도 50%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주변 모습.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창 장벽은 시민들의 추모 장벽으로 변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의 시신을 실은 금빛 관이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떠나 그의 고향 노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한 7일(현지시간), 12일째로 접어든 항의 시위 사태는 화염과 분노의 현장에서 엄숙한 추모와 평화의 축제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며칠째 평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가장 격렬한 양상을 보였던 워싱턴DC에서부터 시위 진원지인 미니애폴리스에 이르기까지 각지의 통행금지령도 해제했다.

특히 며칠 전만 해도 주 방위군이 주위를 에워싸고 상공에는 헬기가 위협비행을 하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워싱턴DC에서 시민들은 라파예트 광장에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백악관 주위에 둘러쳐진 철창 장벽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쪽지로 가득 붙어 추모의 장벽으로 변했다.

이날 AP는 "플로이드 사망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은 평화롭게 행진하며 거리 축제를 만들어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추모 집회.[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TV스타 대통령'서 'NO인기 대통령' 추락...바이든, 반사이익에 50% 돌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맞은 코로나19 사태와 시위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강력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7일 ABC 산하 선거 전문 데이터 저널리즘 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235일째인 이날 현재 국정 지지율와 부정평가가 각각 41.7%와 53.9%로 집계돼 순긍정평가율이 -12.3%p(포인트)로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현시점에서 이보다 더 낮았던 경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미 카터 전 대통령(-13.5%p)이 유일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2위'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취임 초기 국정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는 각각 45.5%와 41.3%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0%대의 지지율을 잇달아 달성했다.

이날 CNN은 "최근 1주일간 바이든이 3차례 여론조사에서 50%대 지지율을 달성했다"면서 "이는 과거 4년 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한 번도 넘지 못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지적했다. 2016년 6월 당시 클린턴의 평균 지지율은 42%에 불과했다.

특히 대선 본선의 최종 선거인단 수 싸움에서 관건이 될 미시건·위스콘신·플로리다·펜실베니아·노스캐롤라이나·미네소타·애리조나주 등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전주인 지난 3일 위스콘신(49%:40%), 플로리다(48%:45%), 노스캐롤라이나(49%:45%)에서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던 바이든은 7일 미시건(53%:41%)에서 12%p의 격차로 트럼프를 따돌리며 경합주 첫 과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 국정 지지율 추이.[자료=파이브서티에잇(538)]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사진=EPA·연합뉴스]


◇트럼프의 미국 대통합...민주당 후보 지지하는 공화당원 탄생?

이와 같은 바이든 열풍은 앞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을 동원한 시위대 강경진압을 천명하면서 불거진 내부세력 이탈에 힘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3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공개 비판과 마크 에스퍼 현 국방장관의 항명사태로 시작한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 사이의 갈등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의 헌법과 이상에 헌신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의무를 중시하는 군을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내부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열한 미국 사회를 통합하려 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라는 매티스 전 장관의 비판은 이후 존 켈리 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 등 공화당 내부 중진들의 지지를 불러왔다.

이어 7일에는 3개 공화당 행정부에 걸쳐 국가 안보 업무를 맡아 본 콜린 파월 미국 전 국무장관이 CNN에 출연해 "나는 분명히 올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사회적, 정치적 현안에서 지금 나와 가까운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내부 반란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경선 상대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기독교인 1000명과 함께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경선 당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기꾼"이라며 반(反)트럼프 운동을 주도했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등은 이미 트럼프 지지를 거뒀고, 폴 라이언과 존 베이너 등 일부 공화당 거물 정치인들은 바이든 공개 지지 방안도 저울질 중이다.

이날 공개한 로이터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37%가 현재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하고 17%는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표시해 일반 당원의 이탈세도 커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 측은 내부 지지세를 완전히 굳힌 뒤 선거운동 말미에 '바이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 연합을 발족할 계획이다.

이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고 지지율이 굳건하다고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가 깜짝 증가세로 돌아선 데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조지가 내려다보면서 이것이 우리나라에 위대한 일이라고 말하길 희망한다'면서 플로이드를 언급했고 7일에는 "와우! 공화당 내에서 나의 지지율은 96%나 된다. 고맙다"는 라고 주장하는 트윗을 올렸지만, 이내 비웃음과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7일(현지시간) 자신의 당내 지지율이 굳건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사진=트위터]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