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대체 인증시장 주도권 뺏기나
2020-06-09 05:00
뱅크사인 이용자 30만명 불과…'패스' 100분의 1 수준 불과
금융사 기술 개발 지연…IT 업체들 생체인증 등 기술력 확보
금융사 기술 개발 지연…IT 업체들 생체인증 등 기술력 확보
오는 11월부터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금융업계와 IT업계가 앞다퉈 대체인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생체기술 등 핀테크의 주도권을 기술 개발에 주력한 IT업계에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에 빠져 정작 자체 기술 개발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뱅크사인은 2018년 8월 은행연합회와 16개 은행이 공동으로 개발한 새로운 인증 시스템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보안성과 간편한 로그인이 장점이다. 유효기간도 3년으로 기존 공인인증서(1년)보다 길다.
하지만 각 시중은행의 앱을 기반으로 해 타 결제 시에 사용할 수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금융권의 타 인증 시스템도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7월 출시한 KB모바일인증 이용자도 360만명에 불과하다.
이는 IT사와 핀테크사가 개발한 타 인증시스템 이용자보다 현저히 적다.
2017년 6월 인증 시스템을 운영한 카카오페이는 이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 전자상거래를 제외한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등 인증 시스템 활용도를 넓혀 왔다.
통신 3사가 핀테크 기업 아톤과 개발한 인증 시스템 패스도 현재 2900만명가량이 이용하고 있다. 이는 비슷한 시기 서비스를 개시한 뱅크사인 이용자보다 100배가량 많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은 토스의 인증 시스템도 이용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다. 토스는 금융권에도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2018년부터 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삼성화재, 더케이손해보험, KB생명과 제휴를 통해 토스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금융권이 차기 인증시스템 도입 준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과거 비대면 서비스 개시 때부터 자체적인 역량 강화보다는 단기적인 보여주기 실적에 치중한 결과, 내부 역량 강화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당시 시중은행들이 홍채인증과 지문 등 다양한 인증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내부적인 기술력 강화보다는 외부 핀테크사의 기술을 활용하는 데 그쳤다"며 "은행들이 뱅크사인 공동 개발 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인증 시스템을 개발한 점도 금융권이 인증 시스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