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中베이징 자동차 번호판 추첨제

2020-06-05 01:00
올 첫 추첨...'2898대1의 로또' 차번호판 경쟁률 '사상 최고'
치열해지는 추첨 경쟁 막기 위해 개인 단위→가구 단위로
"이번 개혁 통해 동등하게 분배...자동차 없는 가구 위주로"
독신 불리하다는 목소리도...中정부 "부모와 함께 신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898대1'

로또 경쟁률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시가 최근 올해 들어 첫 번째 진행한 일반 승용차 번호판 추첨 경쟁률이다. 지난 4월 26일 진행된 번호판 추첨에서 경쟁률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자동차 번호판 발급 제도를 개혁하기로 하면서다.

2일 베이징일보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이징시 정부는 전날 '베이징시 일반 승용차 규모 조정 잠정 규정' 및 세부사항을 발표해 "개인 단위로 진행된 자동차 번호판 추첨 및 점수제에 가구 단위를 추가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단 가구 단위로 신청할 경우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중국 당국이 10년 만에 베이징시 자동차 번호판 개혁에 나선 것이다. 2011년 1월 1일부터 베이징시는 교통 혼잡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차량 등록 대수를 제한해왔다. 이에 베이징에서 자동차를 사려면 이른바 '야오하오(搖號)'라는 추첨으로 신규 번호판부터 취득해야 했었다. 추첨은 매년 6번 실시됐다.

자동차 번호판이 제한적이고, 추첨자 수는 많다 보니 당첨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중국에서 자동차 번호판 취득이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베이징시에 사는 장(張)씨 부부는 2014년, 2016년 자동차 번호판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번호판 추첨하는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베이징시는 이번 개혁을 통해 모두에게 자동차 번호판이 동등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자가용 없는 가구의 수요를 먼저 해결하고자 나섰다. 올해 하반기 신에너지 번호판 2만개를 추가하는 데 모두 자가용 없는 가구에 배정한 것이다. 

또 1년에 6번 시행되는 추첨을 신에너지차와 일반 승용차로 나눠서 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으로 매년 5월엔 신에너지차, 6월과 12월에는 일반 승용차 추첨을 진행한다. 아울러 번호판 갱신 신청 기한을 없애고 한 사람당 최대 1개 자동차 번호판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시 교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 단위로 추첨제를 하다 보니, 온 가족이 추첨을 신청해도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경우와 한 가구에 여러 개의 번호판이 쏠리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모든 사람이 번호판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없는 가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기존의 개인 단위에서 가구 단위로 대상을 바꾸면 가구원이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져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자동차 번호판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개인 단위로 하면 당첨 확률이 덩달아 낮아진다는 얘기다. 

베이징시 정부가 가족 단위 추첨제를 시행한다고 하자 독신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부는 부모가 자동차가 없다면 독신들은 부모와 함께 '자동차 없는 가구'로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