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호정·김지영·김영민 '프랑스 여자', 경계인에 관하여
2020-06-04 06:00
미라는 20여 년 전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재회해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영화감독이 된 영은(김지영 분)과 연극 연출자가 된 성우(김영민 분)와 이야기를 나누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세 사람은 2년 전 세상을 떠난 해란(류아벨 분)을 추억하지만 어째서인지 기억이 흐릿하다. 영은과 성우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미란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고, 미라는 혼란스러워한다.
서울로 돌아온 뒤부터 미라는 악몽에 시달린다. 죽은 해란이 나타나는가 하면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등 꿈과 현실 사이에 갇힌다. 미라는 꿈속에서 잊고 있던 기억들과 마주하고 괴로워한다.
영화 '프랑스 여자'는 '열세 살, 수아' '설행_눈길을 걷다' 등을 연출한 김희정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서정적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김희정 감독은 경계에 선 여자 미라를 통해 인간 내면의 슬픔과 아픔을 세밀히 그려냈다.
주인공 미라의 '경계'는 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공감과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예술가와 일상인의 경계, 어떤 곳에도 뿌리내릴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경계, 20대와 40대 사이 여성으로서 느끼는 경계 등 인물의 갈등과 쓸쓸함을 다층적으로 풀어내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미라의 서사와 그의 감정, 꿈과 현실을 오가는 혼란 등은 배우 김호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앞서 임권택, 봉준호, 신수원 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김호정은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 내면의 감정을 밀도 높게 표현하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영화 '극한직업' '엑시트'로 코미디 연기까지 소화했던 김지영과 영화 '마돈나' 드라마 '부부의 세계' 등으로 주가를 달리고 있는 김영민이 각각 영은과 성우로 분해 김호정과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 탄탄한 내공의 배우들답게 자신의 몫을 충분히 잘 해냈다. '연애담' '샘' 등 독립영화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류아벨은 극의 미스터리한 무드를 극대화하며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4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89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