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중·일 디지털화폐 공동발행 제안… 달러 기축통화 흔든다

2020-05-28 01:00
양회서 中 정협 위원 "한·중·일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하자"
중국 디지털화폐로 '위안화 국제화' 노력 이어가…
"디지털 위안화 편의성 입증되면 달러 위협할 수도"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한·중·일 디지털화폐(CBDC) 공동 발행 제안이 나왔다. 최근 CBDC 발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에서 이 같은 제안이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위안화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정협 전국위원회 위원이자 글로벌 벤처투자사 세콰이어캐피털의 선난펑(沈南鵬) 창립자는 홍콩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 한국, 일본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디지털화폐를 말한다.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리브라(Libra)’ 역시 스테이블코인이다.

선 창립자는 “4개 지역 화폐를 중심으로 고정 통화 가치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유통하자”며 “취지는 홍콩을 규제 샌드박스로 삼아 한·중·일 3국의 디지털 금융 발전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3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공동으로 발행한다면, 세 나라 간 환율 리스크가 줄고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의견은 한국과 일본 등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이 달러 패권에 맞서 위안화를 기축통화 지위로 인정받기 위해 진행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디지털통화를 위안화 국제화의 주요 수단으로 택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기회로 본 것이다.

게다가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신냉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디지털 통화 방면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나가면 위안화의 국제적 입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최근 ‘중국의 디지털화폐 발행이 미국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중국 CBDC가 무역결제나 국제송금 등에서 편의성이 입증되면 달러 지위를 점차 밀어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등극시키기 위한 야심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위안화를 동아시아 지역에서 통용되는 국제 화폐로 만들기 위해 주력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논의가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환율 안정을 위해 미리 정해 놓은 환율로 원화와 위안화를 맞바꾸는 것으로, 2009년 4월 처음 체결됐다. 2013년부터는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양국 간 무역 결제대금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한국뿐 아니라 다수 아시아 국가와도 통화스와프 자금을 무역결제에 활용하는 방안을꾸준히 추진했다. 세계 1위 수출대국의 지위를 이용해 위안화 무역결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덕분에 2010년까지만 해도 중국 전체 무역액 중 0%에 불과했던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은 2015년 30% 가까이 급증했다.  

위안화의 국제화 노력은 2016년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유로에 이어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되며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위안화가 주요 국제통화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까진 달러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1을 차지한다. 하지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1월 기준 위안화의 국제결제비중은 1.65%에 불과, 달러의 40%에 크게 못 미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