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O, 여전채 매입에 'BBB' 캐피털사 소외

2020-05-27 05:00
'A-' 이상 매입…낮은 등급 지원 못받아
OK·농심·JT·DB·무림·키움캐피탈 등 6곳
자금조달 난항에 금리 높여 사모채 발행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증권(P-CBO)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털사들은 P-CBO의 지원을 받지 못해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을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말부터 코로나19 P-CBO 발행 시 A-등급 이상의 여전채도 포함해 지원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코로나19 P-CBO의 경우 여전채를 매입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신용등급 BB- 이상인 중견·대기업 회사채만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것에 비해 여전채 시장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자 매입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여전채 지원 규모는 여전사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원리금 상환유예 규모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다.

P-CBO는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ABS)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은 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다.

이는 신용등급이 낮아 자력으로 사채 발행이 어려운 투기등급 회사들이 주로 찾는다. 코로나19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원 방안으로 내놨다.

문제는 코로나19 P-CBO는 신용등급이 A- 이상인 여전채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A- 미만 여전사는 또다시 금융 정책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캐피털사 가운데 신용등급이 BBB급인 곳은 OK캐피탈, 농심캐피탈, JT캐피탈, DB캐피탈, 무림캐피탈 등이다. BBB+급인 키움캐피탈을 포함해 6곳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발행금리를 높여 사모채를 발행하고 있다. DB캐피탈은 지난 18일 1년 만기 5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금리 4%에 발행했다.

OK캐피탈 역시 지난 12일 5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금리 4.3%에 발행했다. 만기는 1년 3개월이다. 지난해 3%였던 금리가 4%대까지 높아졌다.

키움캐피탈은 지난달 29일 1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금리 3.3%로 발행했다. 만기를 6개월로 줄여 금리 부담을 낮췄다.

이처럼 중소형 캐피털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방침에 따라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계속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금융지원은 물론 영업자산까지 축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P-CBO 매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이날 “중소형 캐피털사들이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금융지원이 어렵다”면서 “P-CBO 신용보강을 강화하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최소한 투자적격 등급인 트리플B까지는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업계와 전문가가 참석해 열린 '자산유동화 제도 종합개선방안'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