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바란다] '경제통' 최운열 "코로나 충격 20%밖에 안 왔다…기업투자 활성화가 살길"

2020-05-26 15:06
한은 금융통화위원·총선 경제공약 설계 등 與 경제통
"20대 국회 상법개정안·공정거래법 처리 못 해 아쉬워"
금감원장 하마평…"필요로 한다면 뭐든 열심히 할 것"

"21대 국회는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심정으로 창업과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에 모든 초점을 둬야 한다."

20대 국회 의정활동 종료를 앞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본지와 전화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우리나라 경제에 주는 충격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20%도 채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의원은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초대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민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 20·21대 총선에서 민주당 경제공약 설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민주당 제3정조위원장, 이해찬 대표 경제특보 등 요직을 맡으며 당의 신임을 받았다. 최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비판하며 당론과 배치되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은 소장파이기도 하다. 

최 의원은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을 꼽았다. 그는 상법 개정안을 통해 궁극적으로 경제 민주화를 통한 공정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최 의원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우리 기업들이 회사를 경영하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을 텐데 한국적인 상황에 매몰되다 보니까 국제적인 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꽤 있다"며 "(상법 개정안을) 정치권, 일부 언론, 일부 기업의 집요한 반대 때문에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헌정사상 최초의 국회'로 기록됐다. 최 의원도 의정 활동 중 가장 잊지 못할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꼽았다.

최 의원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었지만 20대 국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현장에 있었던 게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경제 위기 가운데 국회를 떠나는 '경제통' 최 의원의 다음 행보를 정치권 안팎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최 의원이 신임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올랐다.

최 의원은 '차기 금감원장에 오르게 되시냐'는 질문에 "만약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제3의 공적 업무'라 생각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것이 내 도리"라며 여지를 남겼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20대 국회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소회가 궁금하다. 

"학교에서 33년 동안 대학 근무를 하고 정년퇴직한 상태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치 쪽에 와서 4년간 지낸 것은 나한테 덤으로 주어진 제2의 공적 업무 기간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너무나 모든 게 감사하고 보람되게 느껴진다. 아쉬운 것은 우리 사회를 질적으로 더 변화시키는 법안들을 제출했는데 그런 것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아쉽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보낸 지난 4년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통과되지 못한 법안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 경쟁이라는 게 지금 화두다. 그래서 기업 간 거래와 같은 것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우리 기업이 경영하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을 텐데 한국적인 상황에 매몰되다 보니까 국제적인 평가에서 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회계 정보 불투명성 문제가 있다. 그런 것을 이 시대에 맞게 바꾸려고 했던 것이 상법 개정안이다. 그런데 정치권과 일부 언론, 일부 기업의 집요한 반대 때문에 성사를 못 시켰다. 또 공정거래법도 제정 시기가 1980년대 초라서 지금 이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법 내용이 많다. 그런 것들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려 했던 게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인데 이것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는 게 아쉽다."

-의정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제일 기억 남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20대 국회에서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 현장에 있었던 게 가슴 아픈 일이지만 굉장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시는 우리 역사가 그런 불행한 일을 되풀이하게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국민의 후생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국민을 더 편안하게 해드리고 국민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정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강자도 있고 약자도 있고, 약자는 피해자로 나타날 수도 있고 강자가 너무나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국민의 후생이 증진된다면 약자들이 보는 그런 피해를 다른 방법으로, 예컨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한다든지 구제를 해야 국민 후생이 증진될 것이다. 그런데 약자가 피해 본다는 상황에 너무나 매몰되다 보니 국민의 후생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게 꽤 많다. 그래서 정치라는 것이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 준다면 다른 이해관계자를 집요하게 설득하더라도 (행하고자 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정치를 보는 관점이다."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오직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하면 좋겠다. 당론이 있겠지만 당도 결국은 국민을 위한 정당이어야지 당을 위한 당이 되어선 안 되지 않겠나. 의원 한 분 한 분 다 헌법 기관이니까 당론이 본인 판단하기에 국민의 삶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는 당론이라면 적극적으로 따라야 하겠지만 당론이 그런 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거스를 수도 있는 독립된 헌법 기관의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코로나19가 경제에 주는 충격은 지금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개인적으로 아직 20%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면 앞으로 훨씬 더 큰 피해가 현실로 나타날 텐데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제일 중요하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큰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가치사슬·공급사슬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말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창업이 활성화되고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는 데 모든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국부(國富)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가졌던 규제에 대한 기존 인식을 다 버리고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그림 그린다는 각오로 한국 경제 모습을 21대 국회의원들이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3~4년 혹은 10년 전에 가졌던 고정관념을 갖고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내가 국회 온 것은 내게 덤으로 주어진 제2의 퍼블릭 서비스라고 했다. 내가 지금 꼭 뭘 해보겠다는 그런 것보다도 만약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제3의 공적 업무'라 생각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게 내 도리라고 생각한다. 꼭 뭘 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없다. 특정한 자리보다 이 사회에 내가 해야 될 역할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그건 뭐든지 내가 가서 열심히 하는 게 역할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