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50만bpd 감산 예상"...'초단기 황금기' 끝난 美 셰일

2020-05-25 15:58
최대 산유국 미국, 내년 중순 900만bpd로 자연 감축...55만bpd, 회복 불가
대표 셰일기업 체서피크조차 8월 파산설...돈 줄 마르며 줄도산 위험 여전
"생존이 먼저...신규 시추 비용은 엄두도 못내" 산유량 회복 전망 요원해져

미국 셰일업계의 황금기가 불과 반 년도 지나지 않아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 초 하루 1300만 배럴을 돌파하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붕괴로 국제유가가 무너지자 높은 생산 단가를 견디지 못하고 생산량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셰일업계의 산유량은 최대 일일 450만 배럴이나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년간 생산량 회복 전망은 요원하다.
 

지난 20일 미국 캔사스주의 한 유전 모습. [사진=AP·연합뉴스]


◇美 산유량, 18개월 만에 1350만→900만까지 축소..."55만 배럴은 회복 못 해"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인용해 5월 중순 미국의 산유량이 일평균 1150만 배럴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내년 초에는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이 1080만 배럴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1월 당시 전망했던 1350만 배럴보다 270만 배럴이나 줄어든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6월 초 미국의 하루 원유 감산량 175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며 "내년 여름 미국 산유량은 일평균 900만 배럴까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55만 배럴 정도는 영영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니얼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은 "지난 2월이 미국 셰일업계의 생산 절정기였다"면서 "내년 여름 이후에는 하루 평균 1100만 배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업계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셰일업체 주도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10년간 2배로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생산 급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국제유가 위기로 셰일업체 수가 대폭 감소할 뿐 아니라, 생존한 업체들은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할 여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미국 산유량 추이 및 전망. [자료=월스트리트저널(WSJ)]


◇채산성 악화에 대표 기업 체서피크조차 흔들...줄도산 위험 여전 

현재 감산합의와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33달러 수준까지 올라왔어도, 이들 기업은 원유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미국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기준 배럴당 35달러로, 신규 유전 시추 비용 등 전체 생산·운영 과정을 고려하면 WTI 가격이 50달러는 돼야 원가를 겨우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월가는 셰일 석유 생산 기법을 처음으로 상업화한 미국의 체서피크에너지가 앞으로 30~60일 이내에 전면적인 채무 재조정에 나서거나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체서피크는 이번 1분기에만 83억 달러의 순손실을 내 작년 동기(2100만 달러) 대비 적자 폭이 400배가량 급증했다. 주당순손실도 852달러에 달했다.

아울러 경제성이 사라진 유전과 가스전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자산상각 비용으로 체사피크의 순부채는 지난 3월 말 90억 달러(약 11조1600억원)로 불어났다. 당장 6월 초 상환금만 1억3600만 달러에 이르고 8월 중 상환할 부채도 1억92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최근 체서피크뿐 아니라 오아시스페트롤리엄 등 13~14곳 정도의 기업들은 파산설이 돌고 있고, 화이팅페트롤리엄과 울트라페트롤리엄 등은 이미 파산한 상태다.
 

최근 1년간 체서피크에너지 주가 추이. [자료=구글]


◇"우선 살고 보자"...돈줄 마른 셰일업계, 신규 시추는 엄두도 못 내

줄도산 위기에 빠진 셰일업체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투자와 지출도 대폭 삭감하면서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회복 전망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셰일 유정은 시초 초기에 대량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한 후 지속해서 생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년 신규 유정 개발을 이어가야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기술기업 베이커휴스는 "3월 중반 이후 미국 내 석유 시추장치의 3분의2가량이 작업을 중단한 상태로, 2009년 7월 이후 최소 수준"이라면서 "기업들이 아무리 빨리 시추를 재개해도 생산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의 자체 조사 결과에선 시가총액 기준 상위 15개 셰일오일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본 지출을 평균 48%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46개 업체가 올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380억 달러로 지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우드메켄지는 "기업들의 신규 시추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1년 동안 원유 생산량이 30~50% 줄어들 것"이라며 추가 감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셰일업계에 돈줄을 대주던 투자자들 역시 등을 돌린 상태다. 

투자전문기업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대형 공기업들은 1조1800억 달러를 셰일업계에 쏟아부었지만, 투자회수금은 8190억 달러에 그치며 월가와 업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은 작년 미국 셰일업체들이 차입이나 주식 등으로 조달한 금액은 약 230억 달러로 2016년 57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추가 투자가 절실한 셰일 업계의 돈줄이 완전히 말라버린 것이다.
 

미국 셰일업체의 신규 시추 활동 및 투자 증감 추이. [자료=월스트리트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