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보일러를 아십니까]②설치 및 관리규정 없어…관리강화 방침에도 권고에 그쳐
2020-05-25 08:00
'친환경 보일러'에서 산불 원흉으로 전락
설치 및 관리 규정 법적구속력 없어
설치 및 관리 규정 법적구속력 없어
하지만 화목보일러 화재가 우려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가능성이 상존함에도 관리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화목보일러는 설치가 간편하고 저렴하게 설치가 가능하다. 나무를 원료로 쓰며 난방비 절약을 위해 주택은 물론이고 사업장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도 많이 쓰인다. 단점은 일반보일러 보다 화재에 취약하는 점이다
화재에 취약한 단점에도 관련 규정에서 소형 온수보일러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가스보일러와는 달리 검사 대상 기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설치 및 설치검사 등과 관련해서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개년간 난방기기로 인한 화재는 1만9154건으로 이 중 화목보일러가 3758건으로 가장 많았다.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법적으로 사용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소방 당국은 매년 겨울을 앞두고는 화목보일러 관리탓에 골머리를 앓는다. 소방청은 화목보일러 사용가구를 대상으로 안전 수칙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농촌에서는 보일러를 저렴하게 설치하기 위해 공업사, 철공소 등에서 주문 제작하는 이른바 ‘야매’ 설치가 많아 사고가능성이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업체에 비해 야매는 절반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화목보일러는 특정 열사용 기자재에 추가해 설치하고 시공 업자는 반드시 시·도에 등록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개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가 처벌을 약하게 받는 것도 화재 빈발의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5년 삼척 화재의 원인이 된 가정용 화목보일러의 주인 A씨는 산림보호법에 근거해 벌금 500만원을 받는데 그치기도 했다.
당초 화목보일러가 보급될 당시부터 관리규정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화목보일러를 설치하는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장려하기까지 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나무를 쓰기 때문에 ‘청정연료’를 사용한다는 식이었다. 화목보일러와 연료를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형편이었다. 반면 청정연료라는 ‘함정’에 빠져 화목보일러에 대한 안전관리나 사용지침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뒤늦게 정부는 화목보일러의 위험에 대해 인지했다. 산림청은 작년 12월 ‘화목난로 및 보일러 사용지침’을 제작해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화목보일러 관리 방법부터, 설치 기준, 안전관리 방법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화목보일러 사용자에 대한 전수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사용지침도 권고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 관리에 대한 예산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산불관련 예산은 예방보다는 진화쪽에 맞춰져 있다. 올해 산불예방 예산편성은 73억 4000만 원이다. 이는 2018년 대비(75억 5700만 원)줄어든 것이다. 산불진화 예산은 지난 2018년 131억 2900만 원, 2019년 231억 6100만 원, 2020년 320억5700만 원으로 늘어났다. 한 방재전문가는 “뒤늦게 화재를 진압하는데 주력하기 보다 예방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