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협박에 거짓 증언’ 한만호 비망록 파문…'한명숙 사건' 재조사되나

2020-05-21 13:25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정치자금 사건의 핵심증인이었던 고(故) 한만호 씨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당시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씨는 비망록을 통해 “검찰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거짓 진술을 했다”면서 "나는 검찰의 개였다"라고 괴로워 했다. 

한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당시 재판과정에서도 여러차례 문제가 됐다. 다시 항소심 재판부(정형식 부장판사)만 문제 삼지 않았을 뿐 1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강압에 따른 진술 가능성'이 거론됐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대5로 유죄확정 판결을 내렸지만 소수의견에서는 '강압에 따른 진술'이라는 지적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지금이라도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한씨의 비망록이 공개된 만큼 사정변경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확정판결이 있다”면서도 “사망한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으로 채워진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번 과거사를 정리했다고 (잘못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끊임없이 거울같이 들여다보는 게 반복돼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확정판결에 대한 의혹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0일 “재판도 항상 오판의 가능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칠까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증거를 갖춰서 재심 신청을 하면 된다”며 “그 이전 단계에서 과거의 확정판결에 대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춰지면 그것이야말로 사법 불신에 대한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로펌 변호사는 “재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법적인 의미는 없고 재판결과를 바꾸려면 재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의 재심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재심은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며 “한만호씨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그 수사를 진행한 검찰 등의 수사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형사재판 판결 등이 없다면 재심은 어렵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전 총리는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경선 비용 명목으로 한만호 당시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한명숙 전 총리[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