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소득 격차 다시 벌어졌다

2020-05-21 12:00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 5.41배…전년 대비 0.23배p 증가
가계지출 4.9% 감소…문화·교육 지출 줄이고 보건 늘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 감소가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 격차를 다시 벌어지게 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5분위 배율은 5.41배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0.23배 포인트 상승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 격차가 벌어졌음을 의미한다. 5분위 배율은 2019년 1분기 5.18배를 기록한 후 △2분기 4.58배 △3분기 4.66배 △4분기 4.64배로 완화되는 추세였다.

1분기 5분위 배율이 확대된 것은 1분위의 소득이 전체 분위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9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동일한 수준(0.0% 증가)이었다. 이는 코로나19로 1분위 계층 비중이 높은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근로소득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한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15만8000원으로 전체 분위에서 가장 높은 6.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 중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1.8%, 2.2% 증가했고, 비경상소득은 79.8% 급증했다. 비경상소득은 보험금·퇴직수당 등이 해당하는데, 이의 급증은 코로나19로 퇴직한 근로자의 퇴직수당 발생의 영향이 크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상적으로 1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전년도 4분기보다 소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1분기엔 전분기 대비로도 감소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일자리 사정의 어려움, 사업소득의 감소 등이 연관이 있다"고 해석했다.

소득격차는 2분기에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임시·일용직 취업자 감소세가 4월에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위기 과정을 겪으며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는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며 "소득분배 악화의 주원인이 저소득층 고용감소인 만큼 고용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지출 부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1분기 가계지출은 4.9% 감소했으며,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6% 줄었다. 품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 음료(10.5%)와 보건(9.9%) 지출이 늘어났지만 의류·신발(-28%), 오락·문화(-25.6%), 교육(-26.3%)은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잘 줄어들지 않는 비소비지출도 1.7%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교회에 가지 않아 헌금 지출이 줄어든 것 등이 영향을 줬다.
 

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 비중.[통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