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날부터 뚫렸다…인천ㆍ안성 75개고 3학년 등교 중지

2020-05-20 14:59
인천, 당분간 원격수업 복귀…"너무 서둘렀나" 지적도
교육부 "감염 위험 상시 대비…추가 등교 연기 고려 안 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0일 서울 경복고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열검사를 하고 있다.[사진=서울시교육청]

80일 만에 고3의 등교 수업이 개시된 첫날부터 인천과 경기 안성 등 다수 지역의 학교 75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등교 수업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교육 당국은 전면적인 등교 재연기를 검토하지는 않는 대신 지역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등교 개시 날부터 방역의 구멍이 속속 확인되면서 지나치게 등교 수업을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인천·안성 75개교 등교수업 취소·연기

20일 인천시교육청은 인천 10개 군·구 중 5개 구의 고등학교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고3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등교 수업이 중단된 지역은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등 5개 구다. 해당 지역 고교는 총 66개다.

인천교육청이 긴급히 등교 수업 중단을 결정한 것은 이날 미추홀구에 있는 인항고 고3 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확진 학생 2명은 미추홀구에 있는 노래방을 간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노래방은 이태원 클럽 방문 뒤 집단감염을 일으킨 인천 학원강사와 친구가 방문한 곳이다.

해당 지역 고교는 당분간 원격수업 체제로 복귀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등교 수업을 언제 재개할지는 추후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방역 당국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안성의 고교 9곳도 등교를 하루 연기했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A씨(안성시 3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아서다. 안성시 소재 고등학교 9곳 교장들은 회의 결과 등교를 하루 미루기로 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오늘만 등교를 중지했고 21일엔 정상 등교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 등교가 중지되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전국연합학력평가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성시는 21일에 등교 재개를 계획하는 만큼 학평은 일정대로 치른다는 입장이다.

◆ 교육부 “언제든 감염 발생 가능성…총력 대응”

교육부는 이날 등교 중지 속출에도 등교를 전면 재연기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등교 결정 자체에도 조금의 위험 부담은 있었기에 대처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학교에서 앞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위험이 상존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신속히 대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점심시간을 최대한 길게 잡아서 학생들의 상호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감염자 발생 시 비상 대응 체계를 통해 조치하겠다는 의미다.

학교를 통한 감염 우려에도 등교 수업을 강행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진학과 취업을 앞둔 고3은 입시와 취업 일정상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더는 등교를 미룰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기시험 준비나 취업 지도를 원격으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의 자녀 돌봄에도 한계가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주부터 초등학교, 중학교의 개교가 예정된 만큼 등교가 너무 일렀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 당국은 확산 우려가 커지면 등교 개학을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날 오전 서울 경복고의 등교 현장을 찾은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서울 지역 2200개 초·중·고교에서 1명의 확진 학생도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다"며 “학업과 방역을 동시에 좇아야 하는 긴장 국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