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남기'통해 차세대 로코퀸으로 재발견된 '문가영'···"아직 하진이를 떠나보내기 아쉬워요"

2020-05-20 10:07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이번에는 작품이 끝나도 하진이를 떠나보내기가 서운해요. 이 세상 어딘가에 하진이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MBC 월화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극본 김윤주 윤지현, 연출 오현종 이수현)이 지난 13일 종영했다. 종영 기념으로 18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가영(24)은 아직 작품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주인공 '하진'속에 푹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문가영은 "아직 여하진과 완전히 작별하지 못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사진= 키이스트 제공]

'그남기'는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1년 365일 8760시간을 모조리 기억하는 앵커 이정훈(김동욱 분)과 열정을 다해 사는 라이징 스타 여하진(문가영 분)의 상처 극복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2~4%대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남자의 기억법'은 본방 사수한 시청자들은 인정하는 웰메이드 로맨스 드라마였다. 특히 문가영이 연기한 주인공 여하진은 매력적이었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라이징 스타인 여하진은 순간순간을 열정을 다해 사는 캐릭터로 솔직하고 거침없다.

MBC '그 남자의 기억법'이 방영되는 내내 문가영은 본명보다 극 중 배역인 여하진으로 더 많이 불렸다. 그에게 과몰입해 깊게 빠져든 시청자들 때문이다. 문가영은 '여하진 SNS'를 직접 제안해 운영까지 했다. 방송이 나가면 그 회 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그에 맞는 게시물을 작성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팬들도 여하진과 소통하듯 뜨겁게 반응했다.

"여하진이 SNS로 이슈를 끄는 인물이다 보니, 방송 전에 개설하면 재밌을 것 같아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만들었거든요.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마치 드라마 세계 사람들처럼 몰입해주셨어요. 그래서 문가영과 여하진까지 두 배로 사랑받았달까요?"

여하진의 SNS는 어떻게 될까? 문가영은 여하진 SNS를 계속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하진 SNS는 그대로 놔둘 생각이에요. 아직 풀어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고 하진이가 생각날 때 마다 하나씩 게시물을 올리면서 저의 또 하나의 캐릭터인 듯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처럼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문가영은 그동안 수많은 캐릭터 및 직업군을 소화했으나, 화려한 연예인 역할은 처음이었다고. 그래서 한을 풀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진이가 배우라 공식석상이나 화보 촬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원 없이 다양하게 연구하면서 연기했어요. 안 해본 스타일이 없었고 못 입어본 옷이 없을 정도로 정말 원 없이 스타일링 했어요. 16부작을 하면서 130여 벌의 옷을 입었으니 스타일에 있어서는 정말 여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네요".
 

[사진= 키이스트 제공]

여배우가 연기하는 여배우로 화려한 스타일링을 한만큼 예쁘다는 칭찬을 수없이 들었다. 문가영은 예쁘다는 말과 연기를 잘한다는 말중에서 어떤 말을 더 마음에 들어할까? 

"솔직히 여배우로서 예쁘다는 칭찬만큼 기분좋은 말은 없겠죠. 하지만 배우니까 연기잘한다는 말이 더 기분좋아요. 연기잘한다는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늘 짜릿해요. 새롭고 행복하죠".

문가영은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 여하진이라는 또 하나의 '자신'을 얻은 것과 동시에 이번 촬영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중한 재산으로 꼽았다. 

그는 "이번 작품 만큼은 유독 사람들한테 정이 많이 들었어요. 시원 섭섭해야 하는데 섭섭하기만 해요"라며 "저희 현장이 워낙 서로에 대한 배려가 넘쳤어요. 모든 분들이 열정적으로 하셨죠. 받은 사랑이 과분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고 사랑해주셨던 덕분인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문가영은 극 중 여하진의 동생이자 매니저 여하경 역을 맡은 김슬기와의 호흡에 대해 "너무 좋았다"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여하경과 했던 장면은 반 이상이 애드리브라 할 정도로 합이 잘 맞았어요.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장을 펼쳐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실제로는 언니가 5살 연상"이라며 돈독함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이정훈 역의 상대 배우 김동욱과의 케미스트리에 대해서도 "동욱 오빠는 너무나 든든한 사람"이라며 깊은 고마움을 밝혔다. 문가영은 "배운 게 많았다. 당연히 저보다 선배님이시지만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후배인데도 굉장히 존중을 많이 해주셨어요. 어떤 씬마다 상의해야 하고 제 의사를 물어보고 제가 잘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라고 말했다. 
 
제목이 '그 여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기억법이고, 지난해 MBC 연기대상 수상자인 김동욱이 남자주인공 이정훈 역에 캐스팅되며 주목받았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제안받고 가장 먼저 승선한 건 문가영이었다. 오현종 이수현 PD로부터 4부까지 완성된 대본을 받아든 그녀는 2부까지 읽은 순간 결심을 굳히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사진= 키이스트 제공]

"동욱 오빠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포스터를 함께 촬영할 때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거든요. 장르가 멜로이고, 저희가 나오는 분량이 많아서 초반부터 빨리 친해졌어요. 배려를 많이 하시고 제 이야기를 항상 들어주면서 같이 구상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느껴졌고요. 역시 '대상배우'구나 싶었어요."

'그 남자의 기억법' 여하진으로 문가영을 알게 된 이들이 많으나, 사실 그는 지난 2006년 아역배우로 시작해 어느덧 데뷔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문가영은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감독 임대웅)로 데뷔했다. 드라마 '후아유'(2013) '왕가네 식구들'(2013~2014) '마녀보감’(2016) '질투의 화신'(2016) '명불허전'(2017) '위대한 유혹자'(2018) '으라차차 와이키키2'(2019)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고, 11세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영향 덕분인지 사회이슈 전반에 관심이 많다. 평소 고전 문학·철학·인문학 책을 즐겨 보고, SNS를 통해 '페미니스트'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고 빠른 성장보다는 꾸준함을 추구했다. '믿고 보는 배우' '천상배우'란 수식어를 얻는 것이 목표다. 
 
문가영은 자신을 신인으로 바라봐주는 일부 시선에 대해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자신이 신선한 이미지로 여겨지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일찍 일을 시작하면 빠른 습득력과 센스를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는데, 너무 빨리 철드는 단점도 있어요. 그래서 그 나이 때에 즐겨야 할 것을 즐기면서 너무 철들지 않았으면 해요." 
 
이제 스물넷. 거창한 포부보다는 매년 그 나이를 잘 기억해둘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느 순간 제 나이에 맞는 기록을 남기고 싶더라고요. '그 남자의 기억법'에 스물다섯 살 문가영을 남긴 것처럼요. '꼭 정반대 장르를 해야지'라기보다 같은 로코물이라도 나이에 맞고, 제가 잘 담길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기억되는 것이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