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컬투 김태균, 14년간의 사명감
2020-05-22 00:03
KBS 예능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 음반, 콘서트 등을 통해 다양한 도전을 즐기고 있는 김태균. 지난 2006년 5월1일 오후 2시 첫 방송을 시작으로 14년 동안 매일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이하 컬투쇼)'에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긴 시간 컬투쇼를 진행하면서 어떠한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컬투 김태균이 있기까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을까? 사명감을 가지고 매일 청취자들에게 웃음을 전해주고 있는 컬투 김태균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지금의 컬투 김태균이 있기까지 어떠한 삶을 살아 오셨나요?
Q. ‘전 국민의 유산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공연을 하면서 오프닝에 소개하는 멘트예요. 소개 멘트를 만들다가 이름에 ‘균’이 들어가니까, 이왕이면 나쁜 균보다 해피 바이러스가 좋겠다는 생각에 ‘전 국민의 유산균’이라고 만들었어요.
Q. 김태균의 첫 무대는 어땠나요?
Q. 처음에 카메라 앞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A. 왜 없었겠어요, 많이 떨렸죠. 물론 새롭게 하는 건 다 떨려요. 그 떨림 자체를 즐기고 싶은 거죠.
Q. 김태균에게 2시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제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친구 같은 시간이에요. 전에는 돈을 벌기 위한 일처럼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을 위해 활기차게 방송을 이끌어야 된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Q. 재치 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말을 잘 하셨나요?
A. 아니요, 말을 잘하지는 않았어요. 데뷔를 하고 나서 라디오와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까, 말솜씨가 늘었어요. 사실 대학 가기 전까지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친구들이랑 롤링페이퍼를 하면 “너는 왜 이렇게 말이 없니?”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개그맨이 되면서 밝아지고 말이 많아졌어요.
A. 지금의 가치관은 책을 읽다가 꽂힌 부분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 순간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건 없으니까, 절대로 남 탓하지 말아라’, ‘남들은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Q. 오랜 시간 컬투쇼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방청객 중에 임신을 하셨던 분이 갑자기 양수가 터져서 1시간 만에 아이를 낳은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인생의 회의감을 느껴서 삶을 포기하려고 택시를 타고 한강으로 가시던 분이 택시 안에서 우리 방송이 나오는 걸 들은 거예요. 그러면서 “나는 분명히 죽으러 가는데 웃고 있네? 이게 죽을 일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고 다시 잘 살고 있다는 사연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잃어버린 도난 차량을 찾아준 적도 있었고요.
A. 컬투쇼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건,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 청취자들을 우리가 라디오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재밌다는 소문이 나고 유튜브나 SNS에 재밌는 부분이 짤(사진이나 캡처)로 돌아다니기도 하거든요. 이제는 라디오도 SNS와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Q. 때로는 힘든 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유쾌함을 유지하기가 힘들지는 않나요?
A. 그런 적들도 꽤 많았어요. 천안함 피격 사건이나 대통령 서거, 세월호 참사와 같이 나라에 큰 일이 있으면 유쾌함을 내려놓고 잠잠하게 해야 돼요. 그 분들을 추모하고 기리며 아쉬움을 달래면서 방송을 해야 되는데 그럴 때는 힘들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슬픔을 참으면서 했던 기억이 나요.
Q.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는 것처럼 컬투쇼도 언젠간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을 맞이한 컬투쇼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억으로 남아주었으면 하시나요?
A. 그건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만약에 컬투쇼라는 프로그램이 이제는 생방송으로 생산되지 않고, 녹음된 걸로만 들을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직접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이제 이 시간에 볼 수 있는 친구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Q. 김태균에게 컬투란 무엇인가요?
A. 저의 젊은 20~30대를 함께 했던 친구,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베프, 이렇게까지 길게 만날 줄 몰랐던 친구죠.
Q. 컬투쇼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웃찾사 등 여러 공연들을 하면서 정신이 없던 상황에 섭외가 들어왔어요.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다 보니까 이렇게 길게 하게 됐네요. 다른 방송과는 다르게 이건 몸에 배서 되게 자연스러워요.
Q.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김태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A. 저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려고 하지 않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제가 살아온 이야기가 섞여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한번 왔던 방청객이 또 오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방청객과 인연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나요?
A. 그런 경우는 많지 않지만, 자주 오시는 분들은 계세요. 사연 중에 외국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휴대폰을 갖고 도망갔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이러한 사연을 듣고 우리나라 최초로 셀카봉을 만든 게 우리 청취자예요. 사옥도 짓고 성공해서 방송에 온 적이 있어요. 우리 방송이 이런 순기능을 보여준 것이죠.
Q. 컬투 김태균, 아버지로서의 김태균, 사람으로서의 김태균은 어떠한 사람인가요?
A. 방송 진행자로서는 잘하는 일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걸 내가 좋아했었네’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새롭게 찾아내고, 그걸 방송과 공연·행사에 녹이는 작업을 반복하는 게 컬투 김태균이에요. 아버지로서의 김태균은 아빠가 있는 아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아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아버지예요. 사람으로서의 김태균은 그냥 털털한 사람인 것 같아요. 일부러 잘 보이거나 관심 받으려고 하지 않고, 일이 없어도 조바심 내지 않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인간다운 김태균으로 살고 싶어요.
A. 유튜브에 제가 할 수 있는 걸 자연스럽게 녹이면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지금 유튜브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Q. 김태균만의 시간 관리법이 있나요?
A. 예전에는 뭘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진짜 바빴어요. 이제는 나이도 있다 보니까, 일정을 적당히 잘 배치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힘든 사람에게 어떻게 위로를 전해줘야 될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위로를 하고 싶은 상대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조용히 느끼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