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등록금 1300만원 시대]②대학 VS 학생 등록금 갈등...코로나19로 격화

2020-05-15 08:00
대학들 "12년째 등록금 동결…인상해야"
학생들 "연 1000만원 이상 부담돼"…코로나 19로 못하는 대면수업 "등록금 환불하라"

[자료=교육부]

대학등록금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인상률이 결정된다. 법령상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08년부터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는 압력’을 대학에 행사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으로는 학생 교육비도 충당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표면상으로는 등록금 동결을 권고하지만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대학에 주어지는 각종 사업지원비와 운영지원금 및 국가장학금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또 교육부가 예산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적어진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올해까지 12년째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립대 등록금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1년간 0.57%(4만2100원) 오르는데 그쳤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196개 4년제 대학 중 181개(92.3%)가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고 10개 대학은 인하하기까지 했다. 10개 대학은 인하했다. 전체 등록금을 학생 수로 나눈 평균 등록금은 연간 약 672만원이었다. 이는 작년대비 1만9300원 증가한 것이다.교육부는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의학·공학 계열 입학 정원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대학 입학금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기까지 했다. 정부의 입학금 폐지 정책에 따른 것이다. 2022학년도까지 단계적 폐지가 결정된 신입생 대학 입학금은 올해 기준 평균 27만6200원이었다. 전년도(38만1600원) 대비 27.6% 삭감된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틀어쥐고 있는 이유는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 공약사항이던 ‘반값등록금’ 정책의 기조가 정권 교체에도 무관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등록금으로는 학생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조차 충당이 어렵다는 얘기다. 등록금 수입 대비 교육비 투입 비율을 뜻하는 교육비 환원율을 조사한 결과 등록금으로는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절반도 채우기가 어렵다. 대학정보공시 포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의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213.8%로 집계된다. 등록금의 두 배 이상이 학생 1인당 투자된다는 의미다. 전체 대학의 약 85%의 교육비 환원율이 150%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대학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초 사립대 총장들이 올해는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가 취소하기도 했고 지난 4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새로 취임한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취암사의 상당부분을 등록금 인상으로 채웠다.
그는 여러 고등교육 현안 중 가장 시급히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가 자율과 재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 재정 위기가 교육 인프라 투자와 전문 인력 배출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이는 곧 대학의 연구력 저하와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교협은 지속적으로 등록금 인상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령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자율 인상할 수 있도록 협회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대교협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이 규정한 범위에서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와의 온도차는 상당하다. 올 초 등록금 인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 동결이 맞다고 본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학생들 “등록금 너무 비싸”...코로나19 유행으로 환불 갈등도
반면 학생들의 입장은 판이하다. 연간 1000만원 이상되는 등록금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청년층의 학자금 대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10월 기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체납자가 연간 1만7000명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체납액은 206억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대학들의 대면 강의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학생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등록금을 환불하라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품질이 낮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돈을 다 낼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당초 등록금 환불은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가 항의가 지속되자 대교협과 공동으로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정부와 대교협은 등록금 환불 대신 장학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학생들의 손해를 보전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 확보에 실패하며 재원마련이 어려워졌고 대교협이 요청한 사업비 전용도 불가능 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의 60%는 인건비”라며 “임금 삭감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등록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요구한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 완화를 검토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