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문화를 바꾸다]⑤ K팝 '언택트 시대'를 만나다···"온라인 공연·팬사인회로 새로운 수익 모색

2020-05-15 08:00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통이 확산하면서 활발히 이뤄지는 K팝 스타들의 '언택트' 공연이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K팝 가수들의 월드투어 일정 역시 전면 중단됐다. 세븐틴은 일본 돔 투어 일정을 취소했고, 방탄소년단 역시 '맵 오브 더 소울 투어(MAP OF THE SOUL TOUR)'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일정이 모두 보류 또는 취소되면서 한류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대안이 등장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온라인 콘서트', 언택트 공연이다. 온라인 공연의 첫 시작은 방탄소년단이 알렸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BTS 방방콘 '새로운 관람문화 창출'

BTS는 지난달 18~19일 유튜브 채널에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를 열었다. 기존 콘서트와 팬미팅에서 보여준 공연 실황을 묶어 하나의 콘서트처럼 제작했다. 조회 수는 5059만건에 달했다.

새로운 관람 문화도 만들어 냈다. 팬들은 블루투스로 응원봉 '아미밤'을 연결해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틀간 162개국 팬들이 참여해 50만개의 아미밤이 연동됐다.

BTS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오프라인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작년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유료로 중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은 접근성이 뛰어난 온라인을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적극 활용해 왔다"며 "앞으로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방탄소년단은 오는 6월 14일 오후 6시부터 약 90분 동안 유료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 ‘방방콘 The Live’를 개최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이 포문을 열었다면, 슈퍼엠은 새로운 문화 형태인 온라인 공연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했다. 슈퍼엠은 지난달 26일 오후 3시 네이버 V 라이브를 통해 '슈퍼엠 - 비욘드 더 퓨처'(SuperM - Beyond the Future)를 생중계했다. 단순히 과거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공연을 생중계했고 쌍방향 소통까지 이뤄냈다.

특히 온라인 공연이라는 특성을 살린 AR 합성 기술(Live Sync Camera Walking) 등을 도입해 다시 한번 문화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온라인 콘서트로 수익 창출에 성공해내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번 콘서트는 관람권이 3만3000원으로, 일반 콘서트 티켓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에스엠은 생중계 관람권과 AR 티켓, 야광봉, VOD(주문형비디오) 관람권 등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했다.

콘서트는 전 세계 109개국, 7만5000명의 유료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공연을 즐겼다. 단순 관람권 가격으로 계산했을 때 24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슈퍼엠 '언택트 공연의 수익모델 제시'

특히 한국·미국·영국·일본·중국·태국·베트남 등 원조 한류 국가부터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오스트리아·헝가리·덴마크·아랍에미리트·브라질·멕시코·페루 등 평소 K팝 콘서트를 접하기 힘든 국가에서도 시청이 이뤄졌다.

에스엠은 슈퍼엠이 신곡 '호랑이'를 부를 때 케이지나 호랑이를 AR로 등장시켰고, 쟈핑(Jopping) 무대에서는 콜로세움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배경을 선보였다.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보다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가장 인기 있던 코너는 다중 화상 채팅 시스템이다. 미리 선정된 다양한 국가의 팬들과 화상토크를 진행했고, 아티스트와 채팅 등을 통해 언택트 콘서트의 한계를 넘어선 소통을 보여줬다. 팬들이 카드섹션을 통해 하트를 만드는 미션 챌린지도 큰 호응을 얻었다.

에스엠 관계자는 "팬들이 디지털 응원봉을 구매한 후 클릭하면 하트 애니메이션이 연출되고, 누른 횟수에 따라 스페셜 효과가 등장하도록 했다"며 "팬들이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하면서도 충분히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관람료가 오프라인 콘서트보다 저렴하지만 이익률이 훨씬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콘서트는 장소 대관, 무대장치 대여, 행사 진행요원 고용 등 직·간접적인 지출 부담이 크다. 반면 언택트 콘서트는 초기 AR 콘텐츠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제외하고는 투입되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또 K팝 콘서트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출연료를 받고 열리고 있다. 중국·남미 등의 K팝 인기가 높지만 실제 기획사가 거둬들이는 수입은 높지 않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언택트 콘서트가 그동안 콘서트를 열기 힘들었던 국가의 팬들을 겨냥해 개최한다면 출연료보다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또 현지 K팝 문화를 활성화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SNS를 통해 라이브를 선보이며 팬들과 소통하는 것에 머무른 것과 비교한다면 K팝은 실질적인 수익모델이 가능한 새로운 영역으로까지의 진화를 보여줬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온라인 공연은 직접 공연이 어려운 세계 여러 국가의 팬들이 동시에 보고 감동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콘서트를 재탕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 공연만을 위한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 세계에 동시에 배포하고 수익까지 창출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돼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새로운 수익모델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 언택트, 새로운 K팝 대안 될까

안테나뮤직 역시 소규모로 랜선 페스티벌 '에브리띵 이즈 오케이 위드 안테나(Everything is OK with Antenna)'를 열고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였다. 또 실시간 댓글을 통해 팬들의 반응을 듣고, 즉석에서 추천 곡을 받아 앙코르를 진행하며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온라인 공연과 행사 등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공연 취소로 발생한 손해를 충분히 대체할지에 대해선 아직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가수는 해외투어 등 공연이 수입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온라인 공연의 수익이 이 모든 것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위에 언급한 그룹처럼 압도적 규모의 팬덤을 자랑하는 그룹이 아닌 이상 수익을 바라고 온라인 공연을 개최하기도 어렵다. 

한계도 있지만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도 업계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의 경우 전 세계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며 "유료라고 해도 직관보다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팬이 온라인 공연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전 세계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는 언택트 공연이 새로운 공연문화 중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