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공황 이후 첫 디플레 벼랑 앞…"수요 회복 쉽지 않아"

2020-05-13 16:07
소비자물가 2개월 연속 마이너스…유가 급락과 코로나19 취약 산업 영향

미국 내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대비 0.8% 내렸다.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4월 물가하락 폭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대다. 국제유가 폭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휘발유 물가는 4월 중 20.6%나 하락했으며, 엔터테인먼트·항공·호텔·소매 업종에서 물가는 크게 떨어졌다.

변동폭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이른바 근원소비자 물가는 0.4%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 1957년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PNC파이낸셜의 경제전문가 거스 파우처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가장 우려해야 할 때”라며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강하게 내재할 경우 향후 경기회복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봉쇄와 소비 축소가 미국 경제를 심각한 불황으로 빠뜨릴 수 있다"면서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임금 감소는 기업과 개인들이 소비를 줄여 경기침체를 더 길게 지속시킬 수 있다. 1930년대 경제 공황 이후 디플레이션이 미국에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와 임금이 하락하면서 주택이나 기타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소비가 줄면서 이러한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의 하락추세는 기업이나 개인이 소비를 뒤로 미루게 한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은 또한 임금 인상을 막을 뿐만 아니라 물가를 감안할 경우 산출되는 대출 비용을 더 비싸게 만든다. 수입이 줄고 대출 비용도 증가하면서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를 더욱더 오래 끌고 갈 수 있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디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없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취하고 있다.

제로금리는 물론 국채의 무제한 매입과 회사채 매입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들로 디플레이션 막기에 나섰다.

AP는 "연준의 노력이 디플레이션을 막을 만한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경제 봉쇄와 실업률의 급증, 소비 위축 등으로 여러 달간 지출이 줄어든다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는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특히 고공행진을 하는 실업률은 경제학자들의 우려를 키운다. 5주 동안 미국의 실직자는 260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이 악화한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과 일시 해고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경기가 느린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지표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TS 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 수요가 붕괴하고 있다면서 향후 18개월 동안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은 수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