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정상화 나선 동남아, 사회에 후유증... 이정표 없는 포스트 코로나(상)

2020-05-12 15:49

[월 5000바트의 지원금을 재신청하기 위해 정부청사에 몰려든 태국 시민들 =7일, 방콕 (사진=NNA)]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동남아 각국에서 실시된 이동 등의 제한조치와 관련해,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이를 완화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 발생이 감소 추세를 유지함에 따라, 봉쇄중심에서 경제활동 재개로 국가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 이정표 없는 '포스트 코로나'로 나아가기 시작한 사회 이면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남겨진 후유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는 3일부터 음식점 매장 내 영업 및 이발소 등의 영업이 조건부로 재개됐다. 시 중심부 아속 이발소에서 1개월 만에 가위를 손에 쥔 여성 이발사에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묻자, "우리 손님은 외국인이 중심이다. 매출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태국의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최근 줄곧 한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다. 방콕 등에서 취해진 소매점 폐쇄 및 야간외출금지령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 문제는 그 부작용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고통받고 있다.

■ 자살이 감염에 의한 사망을 웃돌 우려
4월 하순, 태국 중부 아유타야강에서 여자 아이와 중년 남성의 시체가 잇달아 발견됐다. 강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틀 전 밤에, 무언가 강에 뛰어드는 소리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여자 아이의 비명과 함께, "아빠, 놔두고 가지마세요......."라는 울부짖음이 있었으며, 그 후엔 강물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현지 매체에 의하면, 남성은 40대 건설노동자. 신종 코로나 여파로 최근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부인과 이혼한 스트레스 등을 친척들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운명을 달리한 딸은 5살이었다.

태국 정부는 사회보험 미가입 비정규 노동자 등에 월 5000바트(약 1만 6500엔)의 보조금 지원에 나섰으나, 다수 신청자가 자격미달 등으로 신청이 반려되는 등 신청자들 간에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재무부는 현재 재신청을 받고 있다.

방콕 시내 정부청사 앞에는 7일 아침, 1000명이 넘는 재신청자들이 쇄도해 대기열이 청사 밖에까지 이어졌다. 줄을 선 시민들의 눈에는 생계수단도 잃고, 정부의 구제책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태국 보건부에 의하면, 태국의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일 기준 총 56명. 이에 앞서 태국의 한 연구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활고로 자살한 사람의 수가 감염에 의한 사망자를 웃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4월 23일, 대도시에서 실시된 '사회격리'라 불리는 외출규제를 완화했다. 호치민시에서는 중단되었던 택시 및 자동차 배차 서비스가 재개됐다. 그러나 배차업체 그랩과 계약한 30대 자동차 운전기사는 "이전에는 하루 200만동(약 9000엔)을 번 날도 있었다. 지금은 90만동 정도 밖에 못 번다"

베트남 정부는 "국민 모두가 병사"라면서 바이러스와의 전투에 협력을 당부했다. 사회격리 완화로부터 보름이 지난 지금, 운전기사의 말 속에는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자부심 등은 찾아볼 수 없다.

■ 이주 노동자의 감염은 계속된다
5일 영업⋅행동규제인 '서킷 브레이커'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 시작한 싱가포르. 시내 신규 감염자 수는 하루 1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집단생활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감염은 현재에도 하루 수백명 단위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일반시민들에 대한 행동규제는 완화에 나선 한편,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완전외출금지는 4일까지였던 기한을 18일까지로 연기했다. 지금까지 단순 노동을 이주 노동자들에 의지해왔던 싱가포르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가 성장 모델이 기존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 '로힝야족 추방' 말레이시아에서도
말레이시아 군은 4월 중순, 말레이시아 해변에서 발견된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약 200명이 승선한 배를 "불법이민자로 인한 클러스터(감염자 집단)를 막기 위해" 되돌려 보냈다.

이슬람 교도가 다수인 말레이시아는 지금까지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온 로힝야족을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COVID-19 확산 공포는 국민들을 반로힝야쪽으로 돌아서게 했다. 로힝야족들이 "활동제한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악성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으며,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는 로힝야족 추방을 촉구하는 주장 등이 올라왔으나, 현재는 헤이트스피치로 규정돼 해당 발언은 삭제된 상태다.

말레이시아는 이달 4일, 활동제한령을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건설현장과 도매시장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 클러스터가 확인됨에 따라,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검사 범위 및 비용부담을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체 노동력의 15%를 230만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존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외국인 노동자의 85%가 불법노동자라고 한다.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면서 감염 방지 대책을 얼마나 철저히 유지할 수 있을지, 그 절충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