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표 붕괴에도 자꾸 오르는 뉴욕증시...이유는?

2020-05-11 13:38
"경제회복 전망ㆍ기업실적 기대·시장 주도주 상승 등이 시장 밀어올려"

미국 증시가 역대 최악의 경제지표를 무시한 채 랠리를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년 동안 늘려온 일자리가 몇주 만에 날아갔고 전국적인 휴업령에 소비 지출과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줄줄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악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주 나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플러스로 전환했고,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3월 기록한 전저점에서 30% 넘게 뛰었다.

증권시장이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오르는 이유가 뭘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 회복 기대감 △기업 실적 낙관론 △시장 주도주 상승 △주식 외엔 대안이 없다는 인식 △경기 부양책 등 5가지가 시장 오름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봤다.

①V자 회복 기대감

WSJ은 시장이 미국 경제 재개에 따른 고속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뉴욕주마저 경제 재가동에 나설 정도로 경제 재개 움직임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소식은 결국 경제가 적어도 내년 초에는 급속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부채질한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지난 8일에는 4월 비농업부문에서 실업률이 14.7%까지 치솟고 일자리가 2050만개 사라지는 등 유례없는 실업 쓰나미가 닥쳤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미 주간 실업지표에 익숙해진 시장은 4월 수치가 월가 전망치보다 양호하다는 평가에 큰 폭 뛰어오르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7일 연료 소비,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건수, 외식 건수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미국인들의 삶이 평소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다는 작은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경제 활동이 점차 재개되고 소비자들이 일상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 이런 회복 신호가 계속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②기업 실적 낙관론

시장은 경기 회복에 따라 기업 실적도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JP모건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올해 코로나19가 경제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에서 내년 경기 회복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미국 증시가 다시 신고점을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올해 남은 기간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팩트셋은 올해 1분기 미국 상장사 순익은 전년비 14%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분기에는 순익 감소율이 41%에 달하고,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23%, 11.4%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계산했다. 내년 1분기에야 순익이 증가세(13%)로 돌아서리라는 전망이다.
 

[사진=S&P500 순익 증감률 전망치 ]


③기술 공룡 오름세

뉴욕증시 11년 장기 강세를 이끈 대형 기술주들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요 지수를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미국 기술 5대장이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온라인 접속이 늘어나면서 대표적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아마존과 MS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각각 29%, 17%에 달한다.

국제유가 붕괴로 인해 무더기 도산설이 부상한 에너지업종은 올해 들어서만 35%나 떨어졌지만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시장의 양극화는 향후 시장에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시장 주도주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면 전체 시장이 극심한 동요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술 공룡들에 거는 높은 성장 기대감이 실망으로 돌아올 경우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계한다.

④티나(TINA) 현상

주식 외엔 투자할 만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인식도 투자자들을 주식 투자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이런 성향을 두고 'TINA(There Is No Alternative to stocks: 주식 외엔 대안이 없다)'라는 약어가 있을 정도다.

로이트홀트그룹의 짐 폴슨 수석 투자전략가는 "현재 상황은 투자자들에게 두 개의 리스크를 제시한다. 하나는 바이러스로 인해 투자에서 크게 데일 위험이고, 또 하나는 바이러스를 걱정하다가 주가 상승을 놓칠 위험이다"라고 설명했다.

티나 현상이 벌어지는 건 그만큼 투자자들이 다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례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8일 기준 0.679%에 머무르면서 S&P500 배당 수익률인 2%에 훨씬 못 미쳤다.

⑤슈퍼 경기 부양책

WSJ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마지막 배경으로 꼽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례없는 경기 부양책이다.

미국 정부는 4차에 걸쳐 2조 달러 이상 재정부양책을 내놓았고 감세를 포함해 광범위한 추가 부양책을 논의 중이다. 연준 역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정크등급 회사채를 매입하는 등 전례없는 부양책을 쏟아냈으며, 앞으로 필요할 경우 기꺼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폴슨 전략가는 "증시 뒤에 있는 정책의 규모를 잊어선 안 된다"면서 부양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