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카지노리조트 인수' 수사… 라임 자금 조폭에 유입 정황
2020-05-11 17:08
라임자산운용(라임)으로의 자금이 폭력조직으로 흘러간 정황을 두고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의 실소유주 김모 회장이 필리핀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국내 폭력조직이 개입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는 라임 자금이 김 회장 측 회사를 거쳐 일부 조직폭력배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돈의 흐름과 용처를 수사 중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김 회장이 투자받은 3000억원 중 300억원을 들여 필리핀 세부에 있는 한 카지노 리조트를 인수했는데, 이 리조트의 전 소유자가 국내 조직폭력배 일당이라는 것.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리조트 지분을 놓고 내분이 생겨 2018년 8월에는 총격전까지 벌였고, 현지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관련자들 중에 상당수는 도피 중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 요청된 상태다.
검찰은 김 회장이 이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국내법과 현지법망을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동원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내외 기업법인들이 동원된 부분까지 확인했다.
해당 리조트는 카지노 라이선스를 보유한 법인과 건물·토지를 보유한 법인들로 구성돼 있는데, 외국법인이나 외국인은 부동산을 직접 매입할 수 없고 부동산 지분의 40%까지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이나 현지기업들과 합작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에게 카지노 리조트 지분을 매각한 조폭들 역시 현지인 명의로 지분을 보유하다 내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외국인 투자법인을 세우지 않고 메트로폴리탄 대표 개인 명의로 리조트 법인들의 지분 약 40%만 인수하고, 나머지는 필리핀 현지인의 이름을 빌리는 방식으로 매수했다. 심지어 카지노 법인은 지분 100%를 현지인 차명으로 매입했다.
국내 카지노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의 경우 이렇게 차명으로 된 지분을 매매할 때가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 매수인과 매도인, 카지노 운영자가 두터운 신뢰관계를 형성한 상태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부 카지노 리조트 매수매각은 지분 이전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거래라는 점에서 김 회장과 이들 조폭이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사이일 뿐 아니라 상호 신뢰하는 관계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 회장이 지분 갈등에 휘말린 리조트를 인수하면서 투자받은 돈이나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불법적인 수익을 얻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미 일부 채권자들은 “리조트를 인수한다며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횡령했다”며 “이를 폭력조직에 인수대금 명목으로 넘겨 자금 세탁했다”고 김 회장과 메트로폴리탄 대표 B씨를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라임의 자금이 차명으로 리조트 매입에 사용됐을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메트로폴리탄 관계자는 "차명으로 지분을 산 것은 맞지만 차명 주주들에게서 확약서를 받았기 때문에 메트로폴리탄이 카지노와 리조트 법인 지분을 100% 소유한 것과 같다"며 "회사 관리 아래 있기 때문에 김 회장이 회사 몰래 카지노 지분을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