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때 생활방역 공표라는 잘못된 시그널로 우려가 현실로

2020-05-10 16:29
방역당국, 연휴 내내 밀집 장소 주의 당부에도 코로나 해방구 된 이태원
축하받아야 할 날에 국민께 고개 숙인 글로벌 스타 정은경 본부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2차 감염자가 11명을 넘어서며 지역사회 확산에 경고등이 켜졌다. 방역당국은 황금연휴 기간 줄곧 느슨한 경계심을 우려했지만, 정작 정부는 연휴 중간 생활 속 거리 두기를 발표하며 국민들에게 거리 두기 종식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일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20대가 첫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일주일 만에 관련 확진자가 이날 현재 54명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21면>

방역당국은 연휴 기간 내내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지난 3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노출되면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행성이 항상 있다"며 "긴 연휴를 통해 사람 간의 접촉이 많이 증가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2일에도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연휴 중반이었던 지난 3일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를 발표하며 국민들이 코로나19가 끝나간다고 오해할 빌미를 제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수요일인 5월 6일부터는 그동안 문을 닫았던 시설들의 운영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모임과 행사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것이 국민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 코로나19로부터 해방 선언과 같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휴 기간 여행객이 급격히 늘었다.

10일 정 본부장은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에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의 수장으로 이날 가장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아야 할 정 본부장이 되레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정 본부장은 이날 질본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방역당국 입장에서 밀폐되고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유흥시설·종교시설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는데, 그런 우려가 이태원 클럽의 집단 발병으로 나타나 굉장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여파 등으로 전날보다 34명 늘어 4월 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인천, 경기, 충북, 제주, 부산 등 전국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전국적으로 2차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