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④LG] “미래사업엔 신속·과감한 투자” 구광모號 ‘스피드 경영’

2020-05-11 08:00
네이버와 로봇개발 협약…첨단산업 육성
2년간 AIㆍ빅데이터 등 스타트업 17곳 투자
‘리더 없는 날’ 만들어 수평 조직문화 구축

한국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코로나19로 국내 대다수 기업의 글로벌 공장이 멈추면서, 경제의 핵심인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가 1.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등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지켰던 선배 경영인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를 바탕으로 한 후배 경영인들의 새로운 위기경영도 주목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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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LG그룹의 4대 총수인 구광모 대표의 회장 선임(2018년 6월) 후 밝힌 첫 소감이다. 선대 회장들의 철학을 지키며, 시대정신에 맞게 LG를 키워가겠다는 소신을 공언한 셈이다. 

실제 구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실용적인 LG 문화를 만드는 등 젊은 LG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구 대표式 ‘스피드 경영’

이런 그를 상징하는 단어는 ‘스피드 경영’이다. 과감한 결단력을 통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에 대해서는 적극 투자하는 그의 행보를 업계에서 칭하는 말이다. 

그가 취임 이후 LG전자는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을 매각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 사업을 접었으며, LG이노텍도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정리했다.

수년간 적자를 보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라인을 지난해 베트남으로 옮긴 것도 구 대표의 실용주의 경영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다.

반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에는 적극적이다. 2018년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같은 해 LG전자는 한국 로봇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2019년 1월에는 네이버와 로봇 연구개발 협약도 했다.

LG화학은 2018년 9월 베트남 완성차 업체 빈페스트와 사업협약을 맺고, 미국 자동차 접착제 업체 유니실을 인수하는 데 1500억원을 투입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2월 ‘CJ헬로비전 지분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미래 기술 투자로 100년 LG 만든다

‘재계의 젊은 피’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구 대표가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첫 공식석상으로 선택한 곳은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개발(R&D)의 심장인 ‘LG사이언스파크’다.

이날 구 대표는 LG전자의 ‘레이저 헤드램프’ 등 전장 부품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살펴봤다. 이어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분야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키로 하는 등 R&D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구 대표는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2년 차를 맞아 첫 신년회 장소로도 LG사이언스파크를 택하며 그는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원 개개인의 사고와 경험을 존중하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역동적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주문했다.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만든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도 미래 투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2년 동안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는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분야의 17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성과를 냈다.

◆“회장이 아닌 대표라고 불러달라”

구 대표는 선대 회장에 이어 겸손한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는 회장 취임식도 열지 않고, 임직원들에게는 "회장이 아닌 대표라고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회장 집무실을 사용한 것도 구 선대회장 1주기를 지낸 후일 정도로 구 대표는 소탈하고 겸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완전자율복장제도와 리더 없는 날 행사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9월부터 주 1회 실시했던 완전자율복장제도를 전 근무일로 확대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리더 없는 날’을 만들었다. 리더 없는 날은 임원을 포함한 조직 책임자(임원·팀장)가 월 1회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제도다. 직원은 책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리더가 돼 업무를 수행하고 조직 책임자는 재충전한 뒤 업무 집중도·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구 대표 체제의 LG그룹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서면 인사말을 통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1분기 LG그룹 계열사는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코로나 후폭풍이 밀려올 전망이다. LG그룹은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 위기를 이겨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한 혁신을 위해 그룹 차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며 “최고경영진이 몸소 '주체'가 되어,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가자”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