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③ 코로나19 시대를 대변하는 스포츠 新 풍속도

2020-05-06 09:55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접촉 시구를 선보인 kt wiz[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으로 일상생활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각 산업의 중심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트렌드는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지난달 21일 투 서클스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5000명 이상이 입장하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대회의 수는 4만8803개. 이중 올해 안에 개최를 예정한 대회 수가 2만6424개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약 47%가 날아간 것. 투 서클스는 올해 전 세계 스포츠 산업 예상 수익으로 737억달러(약 90조3193억원)를 예상했다. 이는 예상치에서 약 45%인 616억달러(약 75조4908억원)가 줄은 금액이다.

확산이 가속화되자 스포츠는 셧다운에 돌입했다. 완전히 닫혔다.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다. 그 와중에 KBO리그는 지난 5일 5개 구장(잠실·문학·수원·대구·광주)에서 무관중으로 개막했다. 미국 ESPN과 일본 스포존의 한국 프로야구 생중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3개 구장에서 진행된 시구는 '코로나19 시대'를 대변했다.

kt wiz는 지난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개막전에서 어린이회원 이라온 군을 시구자로 초청했다. 이 군의 입장은 특별했다. 대형 투명 워킹볼에 들어가 투수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걸어왔다.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안전하게 시구를 마쳤다.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코로나19와 인연이 깊은 인물을 개막전 시구자로 세웠다. SK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 시구자로 노준표 군을 초청했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스크 100개, 라텍스 장갑 200개, 휴대용 티슈 86개를 선뜻 내놓았다. 마운드에 오른 노 군은 마스크를 쓰고 힘차게 공을 던졌다.

삼성 라이온즈는 연고지인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점을 고려해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전국 의료진의 지원을 끌어낸 이성구 대구시 의사협회장을 시구자로 선정했다. 이 회장은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선수단의 박수를 받으며 시구를 마쳤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는 시구자를 초청하지 않았다. 대신 '영상'으로 프로야구 개막을 자축했다.
 

신인 드래프트를 진행하는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AP=연합뉴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스포츠 업계 소통 역시 '영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닌 단독으로 분산된 이들을 영상으로 모았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미국프로풋볼(NFL) 신인 드래프트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NFL 사무국은 “사흘간 진행된 올해 신인 드래프트를 지켜본 북미지역 시청자 수가 역대 최다인 55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NFL 네트워크, ESPN, ABC 등을 합산한 수치다.

신인 드래프트는 오프라인 행사로 유명하다. NFL에 소속된 구단 팬들과 관계자들이 나흘간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올해는 미국 네바다주 파라다이스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자,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가 방송 시설이 갖춰진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드래프트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시청자 수가 전년 대비 35% 증가한 840만명으로 기록됐다. 특히 구단들이 가장 집중하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는 평균 1560만명이 지켜봤다. 이는 지난해 대비 37%가 급증한 수치다. 기금 모금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사흘 만에 1억달러(1221억원)가 모였다. NFL은 이 기금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다'는 뜻을 알렸다.
 

전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로이터=연합뉴스]


마인드 스포츠인 체스와 바둑 대회의 풍경도 변했다. 체스는 온라인에서 대회가 열리는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5일부터 10일까지 가리 카스파로프, 블라디미르 크람니크(이상 러시아), 비스와나탄 아난드(인도) 등 세계 체스 강자들이 온라인 네이션스 컵(총상금 18만달러·약 2억 2039만원)에 출전한다"고 전했다.

세계체스연맹(FIDE)은 "1970년대 구소련과 그 외 국가들의 대항전을 온라인에서 재현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러시아, 인도,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출전한 선수들이 6개 팀을 구성해 우승을 다툰다. 한 팀은 4명으로 구성된다. 그중 한 명은 반드시 다른 성(性)이어야 한다.

바둑은 바둑돌 대신 마우스를 쥐었다. 한국기원은 지난달 7일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국내 선발전이 인터넷 대국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경기 방식은 체스와 다르다. 완전한 온라인은 아니다. 마주 보고 진행하던 대국을 이제는 일정 간격을 두고 노트북으로 진행한다. 일정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최대한 분산 배치했다.

한국기원은 “모든 창문을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밀폐된 공간이 되지 않기 위한 조치다. 심판이 대국장마다 배치돼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또한, 기원은 출입구에 소독액 자동분사기를 설치해 모든 출입자를 소독했다. 발열 체크도 필수였다. 37.5도를 넘으면 건물 출입이 통제된다.

발열자의 대회 참가를 대비해 야외 대국장도 설치했다. 대회장 전체도 방역하고, 대국 기물 소독, 개인위생 포스터 부착, 손 세정제와 비상용 마스크 비치 등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