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유가급락…정유업계 1분기 '암울한 성적표'

2020-05-03 16:15
정유 4사 1분기 적자 4조원 전망
2분기도 대규모 영업적자 우려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으로 타격을 보고 있는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S-Oil)이 1조원대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5600억원대의 적자가 났다. 정유 4사의 1분기 적자가 기존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으로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은 시장 전망치를 50% 이상 상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손실이 5632억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국내 정유사4곳 중 2곳 실적만 발표됐는데 이미 적자 합이 1조5705억원에 달한다.

정유업계 1위사 SK이노베이션은 6일, 2위사인 GS칼텍스도 이달 중순 안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적자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GS칼텍스 역시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유력하다.

적자의 주원인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석유 제품 재고 가치 하락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가가 폭락하며 석유 제품 재고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없어 재고가 더욱 쌓여만 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유4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분기 만에 지난해에 낸 수익을 모두 날리는 상황이 됐다.

5월부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실행되고, 코로나19가 진정하면서 2분기에는 실적이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수익성과 연결되는 정제마진과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2분기에도 정유업계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유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 탱크의 부유식 지붕(플로팅 루프)이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부유식 지붕은 저장된 원유 높이에 따라 위아래로 조절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