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를 논하다] ①전유미 켈리서비스 대표 “한국 리쇼어링 어려워…위기를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2020-05-04 00:00
라오스, 미얀마 ‘포스트 차이나’ 대안으로 부상
“한국 방역 자랑에 그치지 말고, 성장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자동차 판매도 궁극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갈 것”
HR 업계 ‘퍼포먼스 관리’ ‘피드 포워드’에 관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출근 대신 줌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학교에 가는 대신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전통적인 제조기업은 흔들리는 반면 디지털 기반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렸다. 아주경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전망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전유미 켈리서비스 대표[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한국 리쇼어링(본국회귀)은 일어나지 않을 거 같다. 모든 비즈니스는 인건비 싸움인데 한국에서는 더이상 제조회사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

전유미 켈리서비스 대표는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한국에서 제조업을 유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켈리서비스는 미국 미시간주 본사를 두고, 전 세계 34개 지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최대 인사 토털 솔루션 기업이다.

채용과 인력 아웃소싱, 컨설팅 등 업무를 하다 보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인력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다.

◆라오스, 미얀마 ‘포스트 차이나’ 대안으로 부상

전 대표는 “한국은 지금까지 제조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인건비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제조 기반 기업은 인건비가 보다 싼 개발도상국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켈리서비스가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62%의 기업 담당자가 중장기적으로 중국시장을 떠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꼽았지만, 미얀마와 라오스 등에 관심이 상당히 많은 것이 특이점이다.

전 대표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 정부의 데이터 신뢰도가 떨어졌고, 정부 결정에 따라서 비즈니스가 막히는 걸 예상할 수 없다”며 “모든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다보니까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방어를 할 수 없어서 떠나려고 하는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방역 자랑에 그치지 말고, 성장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코로나19 사태에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전 대표는 이를 기업을 살리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시작한 ‘전직지원서비스 의무화’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국에 있는 1000명 이상 대기업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근로자가 회사를 떠나면 재취업 교육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 대표는 “단기적으로 한국이 방역 자랑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홍보해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최근에 정부에 제안했던 제조업 은퇴자의 베트남 기업 재취업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55세에 은퇴하는 제조업 종사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을 주는 프로젝트”라며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 인력들을 베트남에 감독관 급으로 재취업시켜서 한국공장의 문화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판매도 궁극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갈 것”

한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와 테크 기업 등의 테스트 베드로서 역할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전 대표는 “코로나로 홍콩이 셧다운 되면서 티파니, 샤넬, 불가리 등 럭셔리 브랜드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1위가 됐다”며 “중국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안전한 한국에 와서 럭셔리 브랜드가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세일즈 방식도 코로나19로 인해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자동차 판매도 궁극적으로 테슬라와 같은 온라인 판매 방식이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이 디지털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고, 포르쉐 등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전 차종 온라인 구매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으며, 최근 출시한 XM3의 온라인 신청 비중은 무려 21.3%에 달한다.

전 대표는 "자동차 회사는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본인들이 생산한 자동차만으로 생존경쟁을 벌이는 건 게임이 안된다. 온라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유미 켈리서비스 대표[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HR 업계 ‘퍼포먼스 관리’ ‘피드 포워드’에 관심

HR(인적자원) 업계의 화두는 퍼포먼스 관리와 피드포워드다.

전 대표는 “회사에서 일할 때 10의 퍼포먼스가 났다면 재택 근무는 2~3이 나오면 잘 나왔다고 본다”며 “기업 입장에서 투자 대비 20~30% 밖에 못 얻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앞으로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고 전처럼 퍼포먼스를 100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화두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람들은 이번 사태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편에 속한다. 많은 비즈니스가 관계속에서 얼굴을 보면서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노동력인 10대들에 대한 피드포워드가 중요하다고 했다. 피드백이 결과를 통해서 알려주는 것이라면 피드포워드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케어프로그램이다.

전 대표는 "한국은 아직 멘탈 헬스케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세계적으로는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이번 사태로 트라우마를 겪지 않고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피드포워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켈리서비스는 200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올해 처음 적자가 예상된다. 켈리는 비즈니스 프로세싱 아웃소싱(BPO)을 제공하는데, 이 인력들이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을 못한 것이 큰 이유다.

전 대표는 “컨티넨탈, 위워크 등 많은 기업에 BPO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손해가 발생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서 한국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만큼 이를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