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체계적으로 개장하는 美, 마스크 벗는 韓 골프장

2020-05-02 10:39
마스크 벗고 재채기하는 韓
체계적으로 수칙 강화한 美

마스크 벗는 한국 골프장 이대로 괜찮을까.
 

그레이스레이크 골프코스 전경[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진땀을 뺀 미국이 골프장 개장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골프재단(NGF)이 지난 1일(한국시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뉴멕시코 및 메인주에 있는 골프장이 개장했다”며 “이제 미국 내 4개 주를 제외한 골프장들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NGF는 “보류 중이던 골프장들도 개장일을 확정했다. 2일에는 뉴저지주, 5일에는 워싱턴주, 11일에는 뉴햄프셔주에 소속된 골프장 등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NGF에 의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황색으로 표시돼 있다. 이는 주 정부의 명령은 없었지만, 지역 제한을 둔 곳이라는 뜻.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쪽 끝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카운티는 2일 “골프장 개장을 위해서는 이 서류를 확인하고, 사업주의 사인이 있어야 개장을 승낙할 수 있다”며 “내장객 온도도 체크해야 한다. 카트도 가족 외에는 합승할 수 없으며 되도록 걸어야 한다. 현금을 주고받는 행위 역시 금지한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카운티[사진=샌디에이고 카운티 정부 제공]


샌디에이고 카운티 정부가 골프장에 송부한 내용에 따르면 그 양은 방대하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골프장, 내장객, 시설이다.

골프장 운영 입장에서는 ▲ 2m 거리에서 내장객 응대 ▲ 담당자를 지정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및 보건 전문가의 교육 수료 ▲ 직원은 페이스 커버(마스크) 등 필수 착용 ▲ 확진자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행동 ▲ 렌털 클럽 등 운영 불가 ▲ 직원 및 내장객 온도 측정 ▲ 손 세정제 비치 및 손 씻기 권장 ▲ 프로숍 및 화장실 이용 고객 제한 및 2m 마커(줄 서기) 표시 ▲ 프로숍, 화장실, 식음료 구역 문 열어 놓기 ▲ 카트와 손 카트는 사용 후 세척 및 위생화 ▲ 카트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미리 배치 ▲ 벙커 고무래 제거 ▲ 골프공 와셔 제거 ▲ 쓰레기통 뚜껑 제거 ▲ 코스 내 화장실 청소 ▲ 티타임 늘리기 등을 거론했다.

내장객에게는 ▲ 카트 탑승 불가 ▲ 카트가 꼭 필요한 골프장의 경우 가족은 합승 가능 그 외는 단독 탑승 ▲ 내장객이 직접 골프백 이동 및 관리 ▲ 홀 컵에 기구를 배치해 홀 컵에 손을 넣지 않고 회수 ▲ 티타임 당 4명 제한 ▲ 내장객 핀 플래그 터치 불가 ▲ 친목 및 단체 모임 불가 등을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음료(레스토랑) 시설 이용과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 시설 이용에 대한 부분도 섬세하다. 식음료는 ▲ 식음료 결제 시 현금 사용 불가 ▲ 식음료 픽업 서비스(줄 서기)의 경우 2m 마커를 표시 ▲ 셀프 급수 서비스 제한 ▲ 식음료 픽업 구역 좌석 제공 불가 ▲ 식음료 직원 최소 60분마다 손 씻기 등이고, 드라이빙 레인지는 ▲ 드라이빙 레인지 이용객 간 2m 거리 두기 ▲ 드라이빙 레인지 가방 받침대 등 제거 ▲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사용하는 공은 세척, 퍼팅 그린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공만 사용 가능 ▲ 골프 레슨 및 클리닉 금지 등을 필수사항으로 명시했다.

골프장 개장을 위해서는 사업주가 이 서류에 승인하고 모든 사항을 지켜야 한다. 만약 아래와 같은 조치가 미비하거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모든 책임은 골프장에 있다.

이러한 철저한 대비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에서 시작됐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일 대비 3만1755명 늘어난 113만1030명이다. 사망자 수는 1781명 늘어난 6만575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확진자 보유국 2위인 스페인(약 24만명)과 비교했을 때 약 89만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국내에 있는 골프장들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펜데믹(범유행) 선언 이후에도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일 전국은 연휴를 맞아 봄맞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도에 위치한 모 골프장 역시 골퍼들로 가득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카트에 탑승해서 맨손으로 음식을 나눠 먹고, 캐디가 주는 골프채와 골프공을 손으로 덥석 잡았다. 맨손 하이파이브는 물론이고,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는다.

스타트 하우스에서 지나가던 한 골퍼가 입을 가리지 않고 크게 재채기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청정 지역이라 할 수 없다. 이는 분명한 안전 불감증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 수 0명" 또는 "확진자 수 10명 이하"라고 발표하며 '안정적' 임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총 확진자 수는 미국에 비하면 ‘100분의 1’인 약 1만명이다. 그러나 전 세계는 2차 웨이브(두 번째 확진 물결)를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 감염병에 안전지대는 없다.

그렇다면 ‘100분의 1’이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누군가의 100이었고, 두려움에 몸서리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