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오타이 금융'…술 담보로 은행서 돈도 빌린다
2020-04-29 01:00
마오타이 16만병 '담보'로 400억원 대출받아
구이저우성에서 흔한 '마오타이 금융'
마오타이는 '안전자산'···코로나19에도 매출↑
구이저우성에서 흔한 '마오타이 금융'
마오타이는 '안전자산'···코로나19에도 매출↑
술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적어도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茅台) 술이라면 말이다. 마오타이는 고급 바이주 대명사로, 중국에서 투자자산 대접을 받을 정도로 술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 마오타이 16만병 '담보'로 400억원 대출받은 사연
실제로 최근 구이저우성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금난에 빠진 싱리백화점이 마오타이 술 16만병을 구이양은행에 담보물로 잡히고 2억3000만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0억원을 3년 내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받았다고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저당 잡힌 마오타이 술은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페이톈 53도짜리 500ml로, 모두 16만병이다. 현재 이 제품은 시장 소비자 가격이 병당 1499위안인데, 은행에서는 이보다 100위안 낮은 1399위안으로 계산해 담보로 잡았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마오타이 가격은 보통 매년 100위안씩 오른다"며 "3년간 마오타이 값어치 상승분이 은행에 3년간 내야 할 이자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매우 실리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싱리백화점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으로선 값이 오른 마오타이를 시장에 내다팔아 이득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이 마오타이를 담보로 거액을 선뜻 빌려준 이유다.
◆구이저우성에서 흔한 '마오타이 금융'
구이저우성은 '바이주의 고향'이라 불린다. 이곳에서만큼은 술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게 이상할 게 없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구이저우성의 수많은 은행이 술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며 "현지 정부가 주류기업 발전을 위한 지원책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일부 은행에선 마오타이 그룹 산하 전국 대리상에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별도 부처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마오타이 본사가 소재한 런화이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바이주 산업으로 먹고 사는 이곳 현지 정부는 지난 2011년 바이주 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책을 밝히며 은행권에 바이주 기업 담보물 범위를 넓힐 것을 지시했다. 이때부터 현지 은행들은 바이주 기업을 위한 특별 대출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 중천신(中誠信) 신용평가사가 앞서 작성한 런화이시 마오타이 농촌상업은행 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해당 은행의 주류업 관련 대출잔액은 모두 51억4300만 위안이었다. 이중 기주(基酒 밑술)를 담보로 제공한 대출잔액만 22억9200만 위안이었다. 다만 최근엔 워낙 '가짜 술'이 많아서 차츰 술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줄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마오타이는 '안전자산'···코로나19에도 매출↑
이는 중국에서 그만큼 마오타이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심지어 위기에는 투자 가치를 지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어 투기성 구매가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속 중국 내 소비가 얼어붙었는데도 마오타이 제품 소비가 줄기는커녕 늘어난 이유다. 마오타이는 27일 1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한 244억500만 위안(약 4조2079억원) 매출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10% 감소할 것이란 예상치를 웃돈 것이다.
마오타이 주가도 고공행진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마오타이는 중국증시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대장주'다. 마오타이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1279.13위안을 기록,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1조6068억 위안이 넘어 글로벌 음료업계 최강자인 코카콜라와 펩시도 제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