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팔던 H&B 스토어···이젠 화장품 유통 '큰손'으로

2020-04-28 04:00
백화점·로드숍 단일브랜드 유통 한계
업체들 올리브영 등 H&B로 눈돌려

CJ올리브영 매장에 입점한 에뛰드 제품. [사진=강지수 기자]


[데일리동방] 중저가 화장품을 취급하던 헬스앤뷰티(H&B)스토어에 고가 화장품과 로드숍 브랜드가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H&B스토어가 화장품 유통 강자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리니크·달팡·슈에무라 등 고가 브랜드와 로드숍 브랜드가 H&B스토어에 입점했다.

10~30대 고객을 목표로 중소기업 중저가 제품을 주로 취급해온 H&B스토어가 변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곳은 H&B스토어 점유율 75%를 차지하는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5월 온라인 프리미엄관을 신설하면서 글로벌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프리미엄관에는 비오템·에스티로더·맥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일부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지난 25일에는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인 '헤라'도 입점하며 국내 고가 브랜드까지 범위를 넓혔다. 화장품한류(K-뷰티)를 이끌었던 로드숍 '에뛰드'도 지난 2월 올리브영에 들어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디지털 시장에 대응하고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그 이후에 태어난 Z세대) 접점을 늘리기 위해 입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은 국내 화장품 유통이 H&B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H&B스토어시장 규모는 2014년 7420억원에서 2018년 2조1000억원으로 183% 성장했다. 올해는 3조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역신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를 보면 백화점 잡화상품 매출은 2017년부터 매분기 감소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 4.7% 역신장한 데 이어 2018년 6.8%, 2019년 4.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H&B스토어를 찾은 화장품 업체가 늘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H&B스토어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 백화점 입점을 꾀하는 방향이었다면 지금은 H&B스토어 경쟁력이 훨씬 높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저가 단일 브랜드를 판매하는 로드숍도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로드숍 시장 규모는 8.5% 감소했다. 최근 올리브영에 입점한 에뛰드도 지난해 영업손실 1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롯데쇼핑도 이런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출범에 맞춰 롭스를 통해 높은 가격대 제품을 선보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롭스는 중저가 상품에 주력하는 H&B스토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로드숍이나 백화점은 단일 브랜드 위주 유통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H&B스토어는 다양한 제품을 쉽게 접하고 체험하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 입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