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전 앵커 재판 조만간 재개... 체포시 압수물 '증거능력' 문제 해결
2020-04-27 13:06
사후영장 없는 '체포시 압수물'도 증거능력 부인할 수 없다는 대법 판결
김 전 앵커 재판부 "증거능력에 의문... 대법 판결 시까지 재판연기"
김 전 앵커 재판부 "증거능력에 의문... 대법 판결 시까지 재판연기"
수사기관이 현행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영장 없이 임의제출받은 물건이라 해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비슷한 이유로 결론이 미뤄졌던 김성준 전 SBS 앵커의 재판도 조만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박강민 판사는 김 전 앵커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를 문제 삼아 1심 선고를 연기했다.
공판과정에서 김 전 앵커 측은 혐의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따로 다투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앵커의 9차례 범행 중 2건을 제외한 나머지 7건의 범행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검증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며 영장 없이 수집된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김 전 앵커와 가장 유사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소 늦어지더라도 김 전 앵커의 선고를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 진행하기로 했고, 어제(26일) 관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6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36)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8년 5월 경기 고양시의 한 지하철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이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당시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한 박씨의 휴대전화와 그 안의 사진들은 48시간 이내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행범 체포 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임의제출 받은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며, 이 경우 수사기관은 별도 사후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며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2심이 직권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린 점에 대해서도 '법리오인'을 지적했다.
심리 과정에서 변호인이 증거능력을 문제 삼지 않았거나,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거론해 검찰에게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을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심리 종결 이후에 증거능력을 문제삼아 무죄선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 판결로 '증거능력'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면서 조만간 김 전 앵커의 재판도 재개될 전망이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김 전 앵커를 상대로 추가 영장 없이 수집한 불법 촬영물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앵커는 지난해 7월 3일 서울 지하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파악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앵커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