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이웃 구한 '불체자' 알리, 국내 체류 가능해진다
2020-04-24 09:28
"추방 안 돼" 국민청원 2만 돌파...법무부 체류 자격 변경 착수
화재 현장에서 맨몸으로 뛰어 들어 이웃 주민 10명을 구한 카자흐스탄 출신 불법체류자 알리(28)씨가 화상 치료를 마칠 때까지 국내에 머물 수 있게 된다.
24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23일 서울의 한 화상 전문 병원에 입원 중이던 알리씨를 찾아가 체류 자격 변경 신청 절차를 안내한 뒤 신청서를 접수했다.
법무부는 서류 검토를 거쳐 현재 불법체류자인 알리씨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회복 시까지 국내 체류가 가능한 기타(G-1) 비자를 발급할 예정이다.
당초 그는 다음 달 1일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 체류 자격이 변경되면서 한국에 더 머물 수 있게 됐다.
알리 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22분께 자신이 거주하던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입주민 10여명을 대피시켰다.
알리 씨는 입주민들을 구조하려다가 목과 손에 2∼3도 화상을 입었으나 불법체류자 신분때문에 현장에서 도망쳤다가 뒤늦게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들과 양양군은 알리 씨 구제를 위해 의사상자 지정 신청을 추진해 왔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알리의 추방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글들이 올라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영주권을 줘야한다'는 청원글은 게시 3일만에 2만이 넘는 동의를 얻으며 알리 씨의 국내 체류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