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 이상설' 진실공방 중 北 '얼굴 없는 외교' 소식만…한·미 "특이 동향 없다"

2020-04-23 08:41
北 매체, 사진·영상 없이 김정은 '친서외교' 소식만 보도
한·미 "특이동향 없다"…윤상현 "北 무반응도 특이동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여전한 가운데 북한 관영 매체가 김 위원장의 대외교류활동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이 없는 이른바 ‘얼굴 없는 외교활동’ 공개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北매체, 사진·영상 없는 ‘친서 외교’ 소식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 위원장이 22일자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해당 서한은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계기로 알 아사드 대통령이 보낸 축전에 대한 답전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아사드 대통령에게 축전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며 “나는 두 나라 선대 수령들의 숭고한 뜻과 인민들의 염원에 맞게 조선·수리아(시리아) 친선 협조 관계가 더욱 강화·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신이 건강하여 책임적인 사업에서 보다 큰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고 전했다. 평소 김 위원장이 친선국가 정상을 상대로 한 ‘축전 외교’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태양절 이후 불거진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설에도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얼굴 없는 외교활동’ 소식만 전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짐바브웨 대통령에게 짐바브웨 독립 40주년 축전을, 20일에는 ‘애국적 헌신성’을 발휘한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21일에는 미겔 마리오 디아스 카넬 베르무데스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생일 축전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김 위원장의 모습은 지난 12일 공개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사진이 마지막으로, 10일 이상의 잠행이 이어진 셈이다. 

북한 사회의 특성상 김 위원장의 잠행은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잠행은 이례적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집권 이후 매번 참석해왔던 김일성 주석의 생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가비상방역체제를 선언했던 지난 2월에도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모른다"면서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AFP·연합뉴스]


◆한·미, 건강 이상설 ‘일축’…“특이 동향 없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한·미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전날 “어제(21일)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그 입장은 오늘도 유효하다”며 “외신 보도나 북한의 반응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상태를 묻는 말에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그가 건강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22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더 보탤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통일부와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윤 위원장은 “통일부는 북한 내부 특이동향을 발견하지 못했고 향후 동향에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태양절 참배나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이 특이동향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CNN과 국내 언론에서 ‘신변 이상설’에 대한 보도가 계속 나오는데 북한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도 특이동향이다. (통일부는) CNN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왜 사실무근이냐”고 꼬집었다.

또 김 위원장이 지방시찰을 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왜 (태양절 참배, 최고인민회의 등) 두 행사에 참석을 안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존 하이튼 미국 합참 차장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북한 핵 무력과 군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보상으로는 그 어떤 것도 확인하거나 부인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