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얼빈시 방역 구멍 드러나..."발열환자에 코로나 검사 안했다"

2020-04-23 07:37
병원 두곳서 78명 집단감염... 8인실 배정

‘제2의 우한’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방역 구멍’이 생겨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난 병원 2곳에서 발열환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았던 게 확인된 것이다.

2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코로나19 환자 천(陳)씨가 하얼빈 의대 부속 제1병원과 하얼빈시 제2병원 두 곳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수십명에게 병을 옮긴 경로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천씨는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귀국한 중국인 유학생 한씨의 이웃 가족들과 식사자리를 가진 후 지난 2일 두통 증상으로 제2병원을 방문했다. 당시 의사는 천씨가 뇌졸중이라고 진단하고 입원시켰다.

그러나 그는 나흘 뒤 발열 증세가 심해지면서 구급차를 타고 규모가 더 큰 제1병원으로 이동했고, 호흡기 내과 8인 병실에 입원했다가 10일에야 비로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화통신은 "천씨가 입원해 확진되기까지 여러 과정에서 모두 확산을 막지 못했다"면서 "제2병원 입원 기간 천씨에게 열이 났지만, 병원 측이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감염 여부 검사가 이뤄질 수 있었지만 이 기회 또한 놓쳤다.

제1병원 의사는 천씨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며 코로나19와 관련해 문진했지만, 그를 이송했던 구급대원이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천씨가 코로나19 환자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신화통신은 설명했다.

의사는 천씨를 '침강성 폐렴'으로 진단했고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하지 않았다.

천씨가 호흡기 내과에 배정된 후 담당 의사도 “앞서 여러 과정을 모두 통과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며 1인실이 아닌 8인실에 입원시킨 이유를 밝혔다.

헤이룽장성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이번 병원 내 집단감염으로 인한 누적 확진자 수는 21일 기준 55명, 무증상 감염자 수가 23명이다. 총 78명에 달하는 것이다.

게다가 21일 하루 헤이룽장성에서 발생한 신규확진자 7명은 모두 천씨가 입원했던 제1병원과 관련이 있었다.

하얼빈시 위건위 커윈난(柯云楠) 부주임은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병원 내 감염 발생 원인에 대해 "천씨의 간병인 등이 복도 휴게구역에서 잡담을 했는데, 이곳이 간호사들이 있는 곳과 매우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천씨가 검사를 위해 병동을 벗어나면서 다른 구역도 오염됐고, 화장실·엘리베이터 등 병원 내 공공서비스 시설도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병원 내 감염이 확인된 후 병원 측은 모든 의료진·환자와 최근 병원방문객 등 약 2000여명에 대해 코로나19 감염검사를 했다. 현재까지 제2병원에서는 의사 2명과 간호사 6명 등 의료진 8명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의료진 216명은 시설에서 격리 중이며, 이와 별도로 관련자 189명은 자가격리 상태다.

헤이룽장성은 뒤늦게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얼빈시 정부와 병원 간부·직원 18명을 문책했다. 14일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는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해야만 입원하거나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했고, 제2병원은 진료를 중단하고 소독작업을 진행했다.

하얼빈 당국도 수습에 나섰다. 모든 병원에 대한 관리 강화를 지시하고 일반 시민과 관련해서도 모든 주거구역에 외부인 출입을 막고 주민 모임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내놨다. 
 

하얼빈 의대 부속 제1 병원 [사진=CCTV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