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구한 불법체류자 '알리' 영주권 주자" 국민청원 1만명 돌파
2020-04-22 14:14
최근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한국인 10명을 구하고 불법체류 사실이 발각돼 강제출국을 앞둔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의 구명을 호소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마 속 10명 구한 불법체류자, 추방이 아닌 영주권이라도 줘야 하지 않나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해당 청원글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1만535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원인은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한국인 10여명을 살리는데 공헌을 했다면 당연히 국가에서 보상을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이런 청년을 추방하면 대한민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신분조회를 하고 이상이 없다면 영주권이나 취업비자를 늘려주는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2018년 프랑스에서 불법체류자인 아프리카 말리 출신 한 청년이 아파트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구출한 뒤 시민권을 받고, 소방관에 특채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22분께 자신이 거주하던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입주민 10여명을 대피시켰다.
입주민들을 구조하려다가 목과 손에 2∼3도 화상을 입었으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알리씨는 2017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후 월세방을 전전하며 공사장 등에서 번 돈으로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서 도망쳤던 알리 씨는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뒤늦게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퇴원 후 통원 치료 중인 알리씨는 불법체류 신분이어서 다음 달 1일 본국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다.
주민들은 십시일반 700여만원의 치료비용을 모으는 한편, 양양군에 의사상자 지정을 신청하는 등 알리씨를 구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의사상자는 타인의 생명, 신체 위해를 구제하다가 신체의 부상을 입은 사람을 말한다. 알리씨가 의사상자에 지정되면 의료급여, 취업보호 등 최소한의 국가적 예우를 받을 수 있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