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마저" 재계 임원 임금 줄반납…졸라매는 허리띠

2020-04-20 18:57
현대차·롯데·두산그룹 등 총수·임원 동참
직격탄 맞은 여행·관광·항공업계 고통분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침체에 빠진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업을 이끄는 총수를 비롯해 임원들은 차례로 임금 자진 반납에 나서고 있다.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고, 회사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정의선·신동빈 등 총수 임금 반납 동참 

20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 총수와 임원들의 임금 자진 반납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대 그룹 가운데 최초로 이달부터 전 계열사 상무급 이상 임원들의 월급 20%를 '무기한' 자진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동참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그룹 임원들도 3개월간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4월부터 6월까지 지주에서 받은 급여의 절반을 자진 반납한다. 신 회장이 지주에서 받은 급여는 지난해 기준 18억6700만원(상여 포함 20억7206만원)이다. 지주 임원 29명을 포함해 전체 그룹 임원 700여명은 이 기간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상당수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월부터 임원의 급여를 3개월간 10% 반납하고, 희망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3~4월 사이 일주일 단위로 무급휴가를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롯데면세점도 주4일 단축근무를 통해 급여를 줄이고 있다. 전자제품 판매점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두산그룹도 전 계열사 임원 급여의 30%를 반납한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계열사가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 임원은 최대 50%를 반납한다. 임금 반납은 4월부터 적용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급여 30%를 내놓는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박지원 회장 등 부사장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는 40%, 상무는 30%를 반납키로 했다. 임금 반납 종료 시기는 정해놓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행·관광·운송업' 등 직격탄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기업의 임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임원 기본급 20% 자진 반납 외에도 총지배인·팀장 등 리더급 직책수당 3개월간 반납, 직원들의 자율적 연차 사용을 권장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운영하는 리조트들의 가동률이 10%까지 떨어지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돼 4월부터 유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주)한화, 한화솔루션 등 주력계열사 임원들도 급여 10~20% 자진반납에 동참하고 나섰다. 수익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항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내달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모든 임원의 일괄 사표 제출, 임원·조직장의 급여 반납(사장 40%, 임원 30%, 조직장 20%) 등의 조치를 했다. 지난달에는 이를 더 확대해 사장 100%, 임원 50%, 조직장 30%의 급여를 반납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의 급여 20% 반납과 경비예산을 최대 70%까지 삭감하는 등 불요불급한 비용 전면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시행 중이다. 

이같은 자발적 급여 반납 분위기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3월부터 삼성전자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