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ECB, "부실채권만 667조원...배드뱅크로 금융위기 막아야"

2020-04-20 10:28
유로존 3%가량 부실채권...남유럽에선 6% 육박
EU, 배드뱅크 필요성은 인정...위험성에는 난색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유럽 경제의 회생을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5060억 유로(약667조원)에 달하는 유럽권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집중 인수해 제2의 금융위기 도래를 막겠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7개 유럽 국가 모임) 내 부실채권을 인수할 배드뱅크 설립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ECB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배드뱅크 설립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논의 절차를 진행했다. EU집행위 측은 "부실채권을 다룰 더 나은 방안이 있다"는 이유로 배드뱅크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배드뱅크가 필요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는 알려졌다.

ECB는 코로나19 사태가 유로존에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NPL)을 양산해 제2의 유로존 금융위기를 촉발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배드뱅크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부실채권이란 은행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고 대출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된 무수익 여신을 가리킨다.

작년 말 기준 유로존 내 121개 대형은행은 5060억 유로 규모의 부실채권을 갖고 있다. 전체 여신의 3.2%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 4년간 ECB가 은행들에 부실채권 축소를 강하게 압박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키프로스·포르투갈·이탈리아 등 재정건전성이 낮은 남유럽 지역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여전히 전체 여신의 6%를 넘는 상태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이자 ECB 이사회 위원인 야니스 스토우르나라스는 FT에 "배드뱅크 만이 NPL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2008년 유로존 위기의 교훈"이라면서 "배드뱅크는 유럽 전체 혹은 일부 국가 차원일 수 있지만,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에서 생겨난 채권이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전문기관으로, 금융기관과는 분리되어 부실채권만을 따로 관리한다. 배드뱅크는 일반 은행의 부실자산을 매입해 최대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고, 배드뱅크에 자산을 매각한 은행은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굿뱅크(good bank)로 전환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08년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 당시 스페인·아일랜드·독일 등은 국가가 지원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해 금융위기에 대응했다. 이후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조건을 강화했다. 지난 2017년 당시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의 부실채권이 급증하자 유로존 차원의 배드뱅크 설립론이 제기됐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한편, EU 정상들은 이번주 5400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19 긴급 경기부양책 합의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울라프 슐츠 독일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