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진화하는 구독경제] ② '구독료만 한달 5만원' 소비자들이 느끼는 피로감

2020-04-20 07:49
무료 이용기간 이후 슬쩍 유료 전환에 불만늘어 "유료구독 원치않아"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다양한 구독형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피로감도 늘고 있다. 일부 업체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다 정확한 공지 없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리기 때문이다. 구독료 자체도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서비스가 많아, 이용자가 구독 서비스를 외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거래에서 다크넛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다크넛지(Dark Nudge)는 팔꿈치로 툭툭 옆구리를 찌르듯(Nudge)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한번 유료로 구독하면 해지하기 귀찮아하는 성향을 노린 상술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인지하지 못한 사이 유료결제가 이뤄졌다는 이용자들의 피해상담 건수도 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크넛지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77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해지수단을 제한해 해지 포기를 유도하는 해지방해가 38건(49.3%)으로 가장 많았고, 무료 이용 기간 제공 후 별도 고지 없이 요금을 결제하는 자동결제가 34건(44.2%)을 차지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무료 이용 기간 이후 유료로 전환하는 26개 앱 중, 유료전환 예정일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앱은 고작 2개에 불과했다.

이용자들이 느끼는 정기구독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또 있다. 정작 구독한 서비스가 홍보내용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심지어 환불하고 싶어도, 한 달 기준 구독료를 내야 하므로 이용 기간 중간에는 환불받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내 경험한 구독형 콘텐츠 이용 피해 중에는 허위·과장 광고에 의한 피해(41.7%)가 가장 컸다.

이외에도 이용료가 저렴하지 않다는 점도 구독경제 확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이용자 1인당 유료 콘텐츠 평균 이용 금액은 월평균 4만1450원에 달한다.

구독형 모델에 대한 이용자 피로감이 증가하면서 구독형 모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관련 서비스의 성장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온라인 시장조사 기관 유고브(YouGov)와 온라인 광고회사 더 트레이드 데스크가 지난해 11월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인터넷 이용자 59%가 구독 서비스에 20달러(2만4000원) 이상 지불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유료구독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이들도 전체 응답자의 24%에 달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이마케터(eMarketer)는 올해 2월 보고서에서 "많은 사람이 구독 서비스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광고 없이 구독료만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