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①삼성] 이재용의 상생경영…코로나 위기서 빛난 '뉴리더십'

2020-04-20 07:00
이 부회장 경영 키워드 '책임경영, 실용주의, 상생경영'
외환위기, 금융위기 이겨낸 것처럼 코로나19 사태도 이겨낼 것

삼성전자 매출액 추이.[그래픽=임이슬 기자]


한국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코로나19로 국내 대다수 기업의 글로벌 공장이 멈추면서, 경제의 핵심인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가 1.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등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지켰던 선배 경영인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를 바탕으로 한 후배 경영인들의 새로운 위기경영도 주목된다. <편집자주>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삼성그룹의 대표자로 나왔던 첫 자리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불과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이 보여준 대국민 사과는 그의 위기관리 능력을 볼 수 있었던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책임 소재와 앞으로 계획까지 담긴 사과문은 당시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사태 이후 전면에 나서서 경영 활동을 하는 이 부회장은 할아버지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는 다른 ‘신(新)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책임경영, 실용주의, 상생경영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라는 삼성전자의 양대 사업 축을 중심으로 핵심사업을 잘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미국 애플과 중국의 화웨이, 오포 등 진영을 제치고 판매량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는 세계 최초 5G폰인 ‘갤럭시 S10 5G’를 만들었다. 또 갤럭시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 등 폴더블폰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삼성은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불투명하지만, 계획했던 투자를 예정대로 이어가서 대만 TSMC, 일본 소니 등을 장기적으로 넘어선다는 목표다.

이 부회장의 비전 선포 방식은 이 회장이 보여줬던 경영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 1988년 삼성그룹 창립 50주년에 발표했던 ‘21세기 세계 초일류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때부터 삼성은 △고객과 함께한다 △세계에 도전한다 △미래를 창조한다는 삼성인의 정신을 강조했다. 5년 후인 1993년에는 그 유명한 ‘프랑크프루트 신경영 선언’을 발표한다. 당시 이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전장부품 등 새로운 방향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기존의 강점도 잘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체제에서 또 다른 큰 변화는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최근 삼성의 행보는 한국 1위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잘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너 기업의 꼬리표인 반재벌 정서를, 진심을 담은 책임경영을 통해서 떼어 내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삼성의 행보는 업계에서도 자주 언급될 만큼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80년 동안 이어진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체제가 깨진 것은 업계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직원들과의 갈등도 이 부회장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성그룹은 300억원의 성금을 기부하고, 삼성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또 의료진을 파견하고 협력사와 상생하기 위해서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물품대금 1조6000억원을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코로나 사태도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처럼 잘 이겨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과거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여러 차례 강연했던 이진우 포스텍 교수는 “삼성은 국제 정세, 지정학적인 변화를 한국 기업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기업”이라며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국민이 나서 삼성전자의 주가를 유지시키는 것도 결국 그런 믿음과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지금도 잘 되고 있고, 글로벌 10대 기업에 올랐지만 이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성과라고 본다”며 “이제는 그룹 차원에서는 세계 10대 기업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등의 뚜렷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