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김준기 전 DB 그룹 회장 집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

2020-04-17 15:00

가정부와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재판부(이준민 부장판사)는 17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각 5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검토해보면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폭로하게 된 경위에 문제가 없고, 피고인을 무고할만한 동기나 자료가 없다"며 "종합해보면 가사도우미에 대한 강제추행·위력 간음이 다 유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서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추행 경위나 주변 상황. 피고인이 한 대화내용 전후 상황 등을 자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 중 내용 자체에 모순되거나 사실 관계가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렵고, 신빙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책무를 망각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를 악용해 범행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장기간 수사기관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뒤늦게 귀국해 체포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부연했다.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고,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를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7월에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던 김 전 회장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경찰 수사를 한동안 피했다.

그러다가 경찰이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 그를 올리자 지난해 10월에 귀국한 후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과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판결에 앞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