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증권, 63빌딩으로 사옥 이전 검토

2020-04-14 10:43
금융 계열사 실적 부진에 사옥 이전 통해 관계사 임대 수익 개선 기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화투자증권 사옥(왼쪽)과 63빌딩. [사진=각사 제공]

한화그룹이 한화투자증권 사옥을 '한화금융센터'에서 '63빌딩'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 수요가 많은 한화금융센터 건물 소유주인 한화손보는 임대료를 올려 다른 임차인을 받고, 한화생명은 63빌딩 공실에 한화투자증권을 들여 전반적인 금융 계열사 수익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4일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한화금융센터빌딩은 63빌딩에 비해 임대료가 높은 반면, 한화증권이 빠져도 공실 걱정은 없어 63빌딩으로 이전을 논의 중"이라며 "금융계열사의 실적이 좋지 않아 모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현재 한화손보에서 소유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56 소재 한화금융센터를 사옥으로 빌려 쓰고 있다. 한화손보는 2016년 5월 한화금융센터를 한화증권과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사들였다. 한화증권과 한화자산운용은 매각대가로 각각 1327억원과 225억원을 받았다. 한화증권은 다시 한화금융센터를 보증금 48억2200만원, 연간 임대료 58억5800만원에 한화손보로부터 임차했다. 계약만기는 2021년 5월 26일로 1년 남짓 남았다.

한화증권은 내년 임차계약을 연장하는 대신 한화생명에서 보유한 63빌딩(서울 영등포구 63로 50) 이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다른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계열 금융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며 "한화증권 사옥 이전으로 조금이라도 수익과 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화금융센터가 입지 면에서 63빌딩보다 크게 낫다고 평가한다. 한화손보는 한화증권을 내보내더라도 공실 위험 없이 더 나은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인근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한화금융센터는 현재 공실이 없는 상태고 임대료도 한화금융센터보다 63빌딩이 더 낮게 형성돼 있었다. 

여의도 인근 오피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100평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화금융센터는 임대료 2300만원, 63빌딩은 2100만원"이라며 "보증금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63빌딩이 한화금융센터보다는 임대 가격이 낮다"고 했다.

한화증권 입장에서도 임대료를 아낄 수 있어 나쁠 것이 없다. 단순하게 한화증권이 한화금융센터(전용면적 288.26평) 총 9개층(1층·3~11층)의 2880평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규모를 줄이지 않고 63빌딩으로 옮기면 월 임대료를 최소 5760만원 정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1년으로 따지면 아낄 수 있는 임대료는 7억원 가까이로 늘어난다.

63빌딩은 현재 공실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63빌딩은 완공 29년 만인 2014년 리모델링했지만, 금융사 밀집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더욱이 국제금융센터(IFC)와 같은 초대형 오피스 빌딩도 얼마 전부터 여의도에 연달아 들어섰다. 현재 63빌딩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는 임대 안내문을 봐도 56층 102.84평과 54층 325평, 15층 374.75평, 8층 433평이 공실이다.

한화생명과 한화손보는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심화로 고전해왔고, 임대 수익 한푼도 아쉬울 수 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2019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94억원과 587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87%가량 줄었다. 한화손보도 2019년에만 940억원을 넘어서는 영업손실을 냈다. 순손실은 700억원에 가까웠다.

한화그룹도 다른 대기업집단처럼 코로나19 여파로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경기절벽에서 자유롭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효율성 제고에 나설 걸로 점치는 이유다.

다만 한화증권 측은 사옥 이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