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용대출 등 2.2배 증가··· '빚투' 가능성 높아

2020-04-09 08:02
가계 은행 대출 9.6조원 늘어···증가폭 역대 최고치

가계 기타대출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가계가 주식에 투자하느라 역대 최소 수준으로 은행 빚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증가폭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 2월 9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지난달에 다시 신기록을 세운 셈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3000억원으로 2월 7조8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줄었다. 정부의 12·16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막차 투자자가 있었으나 그 규모가 차츰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빈자리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메웠다. 지난달 기타대출 증가액은 3조3000억원으로 2월 1조5000억원보다 2.2배 늘었다.

한은은 이를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수요로 파악했다. 한은 관계자는 "모니터링 결과 사업생계 관련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주식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 같다"고 말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실제 한은의 시각처럼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렸다.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11조1869억원으로 최근 1년 동안 매월 평균 3~4조원 수준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개인투자자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에서도 많은 돈을 빌린 것으로 파악된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10일 10조1874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해 1월 9조원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1조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반등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빚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여전히 시장변동성이 높아 자칫 커다란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변동성을 반영해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월 말 19.3에서 3월 말 48.6로 급등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와 다른 양상으로 향후 예측이 매우 어렵다"며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투자자를 비롯, 개인투자자는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