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회의 취소하고 금융계 찾은 文 “‘코로나 대출’, 신속하게 해달라”(종합)
2020-04-07 00:00
취임 후 첫 금융권 수장들과 간담회…자금 지원 속도 중요성 강조
금융권에 ‘격려’와 ‘독려’ 동시에…자금대출 관련 ‘면책’ 방침 약속
금융권에 ‘격려’와 ‘독려’ 동시에…자금대출 관련 ‘면책’ 방침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민간 금융기관 수장들을 만나 정부가 투입하는 100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신속한 집행을 주문했다.
정부의 비상금융조치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대출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불만 목소리가 끊이질 않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같은 시간에 예정돼 있던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회의를 취소하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5대 민간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보증기관을 포함한 정책금융 기관 대표들과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이 이들과 한자리에 모인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상시국을 타개하려면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박하다는 상황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출 지원 ‘병목 현상’ 우회 언급…“금융, 방역 현장 의료진과 같다”
먼저 문 대통령은 지난 1·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0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가 이뤄진 것을 언급, “금융권의 적극적 협력이 없었다면 마련할 수 없는 대책”이라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시행이 적시적소에 이뤄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최근 대출 지원 병목 현상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들에게 사업장은 생계 그 자체”라면서 “몰려드는 업무로 힘드시겠지만, 당장 생계 위협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한 긴급자금인 만큼 신속성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잘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과실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발빠른 금융 지원에 대한 ‘면책’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다른 고의가 없었다면 기관이나 개인에게 정부나 금융당국이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권에 신속한 대출을 주문했다.
오후 2시부터 72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감탄하고 있다. 시장도 많이 안정화됐다”면서 “금융인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언급을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또한 금융지원 병목 현상 해소를 위해 퇴직 인력을 지원하거나 보증기관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온라인·비대면· 벤처 분야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황에 따라 추가 금융대책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재정과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4차 비상경제회의 앞두고 금융권 ‘압박’ 포석도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금융계에 격려와 독려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간담회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윤종규 KB금융지주·조용병 신한금융지주·김광수 농협금융지주·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김병근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정책금융기관을 모두 아울러 대한민국 금융을 이끌고 계시는 분들을 한 자리에서 뵙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비상한 경제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위기의 순간에 진면목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면서 “위기의 순간 금융이 국민과 기업에게 든든한 우산이 돼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사실 오늘은 감사를 드리러 왔다. 100조원 규모의 정부 대책은 금융권 전체의 협조 없이는 만들어낼 수 없었다”면서 “여러분들이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에 큰 힘을 줬다”고 재차 격려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강원 고성의 산불을 언급, “전국에서 온 소방차가 다 모여서 재난을 이겨냈듯 재정 당국과 금융권이 역량을 총동원해서 이겨내야 한다”면서 “금융인들이 강한 의지를 피력해 아주 든든하다. 앞으로도 멀리까지 내다보면서 지혜를 모아주시고, 계속 적극적인 마음을 가져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간담회는 이번 주로 예정된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금융권의 금융지원 계획을 촉구하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에 열린 2차 회의에서는 비상금융 조치의 규모를 두 배로 늘려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이 긴급 대출을 받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이달 1일부터 금융사에 대출원금 상환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를 신청하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은행에서 연이율 1.5%의 초저금리 대출을 신청 중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4차 회의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세 차례의 비상경제회의에서 경제 살리기 대책의 상당 부분이 나온 만큼 이제는 수혜 대상이 정부의 지원책을 체감하게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