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OPEC+ 회의…"유가전쟁 낙관 아직 일러"
2020-04-05 10:12
러시아·사우디 책임전가에 '획기적 타결안' 도출 힘들 듯
"수요 하루 2000만 배럴 줄어 감산해도 저유가 이어질 것"
"수요 하루 2000만 배럴 줄어 감산해도 저유가 이어질 것"
3월 초부터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은 끝날 수 있을까?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폭락으로 10달러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던 국제유가는 30% 근방까지 급등했다.
동시에 사우디가 긴급 OPEC+ 회의 개최를 요청하면서 타결의 물꼬는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사우디가 러시아가 서로에게 유가하락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국제유가 전망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
◆9일로 미뤄진 회의···사우디-러시아 "감산합의 깨진 건 네 탓"
양국은 급락하는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6일 OPEC+(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화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회의 개최일은 다시 9일로 미뤄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전했다.
양국이 지난달 OPEC+ 회의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면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하더니 결국 회의까지 미뤄진 것이다.
사우디 외무부는 4일 국영 SPA 통신을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사우디는 감산을 거부한 것은 러시아이며,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우디 외무부와 에너지부는 "우리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겨냥해 감산 합의에서 물러났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언론에 '협상에 참여한 모든 산유국이 4월부터 감산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처음 말했던 사람이 바로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다"라며 "이 때문에 각 산유국은 저유가와 손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증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 제의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글로벌 공동으로 하루평균 1000만 배럴 산유량을 줄이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또 푸틴 대통령은 "우리 예산은 유가 배럴당 42달러를 기준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이 수준의 유가가 편안하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며 사우디에 합의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감산 합의해도 단기 호재···수요급감 예상보다 가파르다"
설령 양국이 감산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유가 시장 전망이 밝지는 않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원자재 전문가인 키릴 비더스호벤은 오일프라이스닷컴에 "거대 산유국들의 점유율 전쟁, 계속되는 수요 감소, 미국 생산량 조절의 어려움 등은 산유국 회의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와 사우디가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들이 10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유가 상승은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현재 수요 감소 폭을 고려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양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원자재 전문분석기관들은 하루 수요 감소량이 2000만 배럴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정유업체들도 시설 가동률을 낮췄다. 이들 업체의 정제량 감소폭은 이미 하루 1700만 배럴 수준에 달한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적했다. 이미 공장과 개인의 수요가 폭락하면서 중간 정제 기업들도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원유가 생산되어도 정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OPEC+ 회의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과연 전세계적으로 생산량 통제가 얼마나 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가장 큰 생산국 중 하나인 미국도 이번 회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정부가 회의에 참여한다고 해도 과연 원유생산 기업들에 감산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비더스호벤은 "자유경제 시스템 속에서 미국 정부가 기업들에 대규모 감산을 강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을 바꾸는 절차가 필요하며,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가 현재의 생산량을 줄여야 할 절실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향후 유가 전망을 어둡게 한다. 사우디의 목표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다시 높이는 것이며,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고 미국 셰일 업체가 자신들에게 협력을 요청하면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입장 역시 불분명하다. 현재 가장 다급한 상황에 몰린 것은 미국의 셰일 산업이므로 러시아가 미국의 감산 요청에 협력하면서, 또 다른 요구 사항을 내놓을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