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무너지는 中 자동차 부품업체

2020-04-05 14:34
수출 의존도 높아...세계 자동차 공장 셧다운에 위기
3월 주문량 80% 급감...선적 미뤄져 창고만 가득 차
중국 소비 위축세로 내수 시장 전환도 쉽지 않아

이제 막 조업을 재개한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2차 충격’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다. 수출 주문량 급감 속 내수 시장 전망도 어두워 이들의 ‘악몽’이 길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1~2월 수출 13.3% 감소... 3월 피해는 더 클 것 

“3월 주문량이 평소보다 70% 급감했습니다. 이미 주문한 부품들의 선적도 미뤄지고 있어 불안감이 큽니다.”

중국 충칭시에서 보나자동차부품을 운영하고 있는 샤오리타 대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지난 3월 공장 가동을 재개했지만, 또다시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보나자동차부품은 전체 생산 물량의 20%를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업체들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주문을 취소하거나 선적을 미뤄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부품제조 업체인 광저우의 펑밍자동차부품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 운영자인 린제이씨는 “회사 매출의 25%가 미국과 유럽 업체들과 거래에서 나오는데, 해당 나라의 자동차 업체 공장 폐쇄로 3월 매출이 80% 줄었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이미 지난 1~2월 중국 자동차 부품업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여파였다.

그런데 3월 수출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하이 소재 자동차 부품 무역 회사의 프레드장 애널리스트는 “3월 해외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외국으로 수출하려던 화물이 해상에 묶여 있거나 중국으로 반품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자동차 공장 셧다운은 전례 없는 장기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오는 9일까지 중국을 제외한 유럽·미국 공장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나흘 더 연장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도 14일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연기했다. 구체적인 날짜는 상황에 따라 발표할 계획이다. 도요타도 캐나다·멕시코 등 미국 공장 가동을 18일까지 중단하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중국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해외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 2018년 중국은 독일,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자동차 부품 수출국이었다. 지난해 수출액은 53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둥펑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신화통신]
 

◇자동차 부품업체 중 70% 이상 중소기업... 비용 많이 드는 내수 시장 전환 힘들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중국 상무부는 이들의 내수 시장 전환을 돕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내수 시장 전환도 뾰족한 해결책은 아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중국의 2월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1.7% 급감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이미 중국 경제 상황이 많이 복구됐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같은 자동차 회사의 같은 모델이라도 국내외 시장 부품이 다르고, 유통 경로도 제각각이라 내수 전환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 산둥성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양피터 판매담당자는 “내수 시장으로의 전환은 많은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의 7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SCMP는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차례 위기를 맞았던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올해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휘청였고, 세계 코로나19 확산으로 긴 악몽에 빠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