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르포] ①동대문을, 청년·경륜·관계 내세운 '3인3색' 3파전

2020-04-02 07:30
장경태 "민병두, 단일화 지혜롭게 판단하시길"
민병두 "단일화 제안시 환영…목표는 단독 1등"
이혜훈 "팩트·실적으로 유권자 신뢰 쌓을 것"

서울 동대문을은 '정권 심판의 바로미터'다. 총선마다 정권에 대한 냉정한 민심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을 평가할 4·15 총선의 선택지가 두 개로 나뉘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병두 의원의 이야기다. 여권의 표가 갈리는 건 민주당으로선 가장 큰 악재다. 이에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 그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與)권 후보 단일화…양보 없는 '신경전'

1일 동대문구 장한평역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장 후보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날 장 후보를 만나기 직전 동대문을 지역구의 이번 선거 첫 번째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결과는 '2강 1중' 구도로 장 후보와 이 후보가 강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 후보는 "동대문을 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즉 장경태와 이혜훈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병두 후보 본인이 말한 것에 대해 지혜롭게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 후보는 민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관해 묻자 "민 후보가 하신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해선 그 뜻을 깊이 있게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15일 "1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민주당 청년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 후보는 장 후보에 대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거라면 4~5년 전에 와서 단계를 밟아나가야 맞는 것이지, 한 달 남겨두고 온 것은 동대문구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감을 나타냈다.

민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선 "장 후보가 저에게 단일화를 제안한다면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우선 제 목표는 단독으로 1등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혜훈 통합당 후보는 여권의 두 후보를 예의주시하되 자신의 선거에 집중해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날 중랑천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이 후보는 "두 후보의 단일화와는 상관없이 저는 제 할 일만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유권자와의 관계, 이혜훈이 정말 일을 잘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도록 팩트와 실적으로만 말하겠다"며 "하나하나 신뢰를 얻어가겠다"고 말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일 장한평역 앞 거리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승훈 기자]


◆ 새 먹거리 발굴 vs 속도감 있는 개발 vs 동대문구 문화 발전

동대문구 유권자의 마음을 잡으려는 세 후보의 공약은 말 그대로 '3인 3색'이었다.

먼저 장 후보는 "기존 정치인이 해왔던 공약 패러다임보다 조금 더 발전적 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가 필요하다"며 "4차 산업 시대에 맞는 공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장 후보는 "답십리동 고미술 상가는 많은 문화 콘텐츠를 갖고 있다"며 "이 지역을 유튜브·넷플릭스 등을 활용한 멀티플렉스를 만들어 문화 복합 상영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후보는 "장안동에 많은 자동차 튜닝 업체가 있다"며 "동마다 특성 있는 튜닝 클러스터를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지역 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역개발 △명품교육 △확 뚫린 교통망 등 3가지 골자로 이뤄진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재개발·재건축만 63개 단지를 시도해 그 중 40개를 성공시켰다"며 "성공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 경륜을 모두 쏟아서 동대문의 재개발·재건축에 속도를 내서 청량리 복합 개발 움직임이 전농동, 답십리, 장안동으로 몰려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민 후보는 "GTX-B·C 노선 착공, 경전철 착공,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커다란 사업이 제가 8년 동안 해온 성과"라며 "앞으로 서울 대표 도서관 등을 유치해 동대문구 브랜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1일 중랑천 산책로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승훈 기자]


◆ 소통·일 머리·관계…세 후보가 꼽은 자기 강점

장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청년', '소통'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장 후보는 "동대문을 지역은 정체된 지역으로 젊은 변화와 새 사람이 필요하다"며 "저는 오랜 당 경력과 당·정·청 협의를 맡으면서 얻은 실무 경험과 정부와의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성공 경험'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지역 개발이나 교통망을 뚫는 것을 수년 동안 공약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성공 경험이 없어서"라며 "일머리를 확실하게 가진 제가 와서 동대문구 주민의 숨통을 확 틔워드리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에 맞서 지역구 수성에 나서는 민 후보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유권자와 맺어온 인간관계가 가장 큰 강점"이라며 "정당이라고 하는 큰 항공모함에선 내려왔지만, 유권자라는 더 큰 항공모함이 이제 제 기반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병두 무소속 후보가 1일 오후 답십리사거리 근처에서 유권자를 만나 주먹 악수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신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