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의지 재확인...폼페이오 "다시 마주 앉길 희망"

2020-03-31 10:15
北 비난 성명에도 비핵화 대화 의지 강조
제재는 계속 이행...방역 지원 제안한 상태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지를 재확인했다. 전날 북한이 발표한 "우리는 대화 의욕을 접었다"는 담화문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응답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비롯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이어가길 원한다고 했지만, 대북제재 완화는 양국 간의 입장차가 여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북한 지도부와 다시 마주 앉길 희망한다"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다시 한번 주문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욕을 접었다는 담화문을 공개한 지 몇 시간 만에 미국 정부가 협상을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대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더 밝은 미래로 향하는 길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우리가 노력을 시작한 이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 또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계속 이행될 거라는 걸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여 비핵화 협상 결과가 진전을 이루기 전에는 대북제재 완화도 어렵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앞서 북한은 우리 시간 30일 저녁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 명의로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는 담화문을 내놨다.

이는 지난 25일 폼페이오 장관이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G7과 모든 국가는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도록 요구하는 데 있어 단합을 유지해야 한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북한은 그간 공개된 적이 없던 외무성 대미협상국장 직책 명의로 담화를 내 우회적으로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음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이날 담화에서 북한 당국은 "북미 정상의 친분이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면서도 대북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북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거듭 제의하면서 북미협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구체적인 제안 경로까지 밝히며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식량은행(World food bank)을 통해 직접 지원을 제안했다"면서 "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기관이 국제연합(UN) 산하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별도의 기구를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말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UN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의료용품과 농기구 등의 북한 반입을 허용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WFP 등 세 곳에 대한 제재를 7월 말까지 면제하고 대북지원 사업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나오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결과를 브리핑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