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라디오 스튜디오가 29일 오후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방송이 29일 자정을 기점으로 공식 폐업했다. 30일부터 방송이 중단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방송 스튜디오는 29일 오후 텅 비어 있었다.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정부 허가를 받은 방송사업자가 자진 폐업한 경우는 이번이 최초이다.
경기방송은 경기 지역의 종합편성 라디오 사업자로, 방통위는 지난해 말 경기방송에 대해 지역 청취자의 청취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효기간 4년의 조건부 재허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경기방송은 이를 거부, 지난달 이사회에서 방송사업 폐업을 결의했다. 또 지난 1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폐업 안건이 99.97%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경기방송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노조에 폐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주주들은 16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해 30일부터 방송이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현행 방송법 상 방송사업자가 폐업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에 방송사업 허가증을 첨부해 폐업신고서만 내면 된다. 이를 저지하거나 보류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 방송사업은 허가사업인 만큼 허가권자인 방통위가 사업자의 존폐를 결정해왔으므로, 이번처럼 방송사업자가 스스로 폐업의 의사를 밝힐 경우에는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편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는 이사회 직후인 지난달 27일 “지난 2019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저의 질문이 결국 경기방송의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며 퇴사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소속 매체와 이름을 밝히지도 않은 채 “경제 기조를 안 바꾸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는 질문을 해 친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는 이사회 직후인 지난달 27일 “지난 2019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저의 질문이 결국 경기방송의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며 퇴사했다. (김예령 기자는 퇴사 후 지난 15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하며 비공개 면접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한 이준호 경기방송 경영지원국장은 지난달 이사회 직후 “지방의회가 자신들과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방송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했고, 예산삭감을 무기로 인사에까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경기도와 공동사업으로 진행하던 교통방송 예산과 각종 홍보·사업 예산이 도의회에 의해 전액 삭감되면서 경영난에 빠지게 되자 부득이하게 자진 폐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경기방송·서울교통방송·경인방송 세 곳에 교통 방송 사업비로 연간 12억원을 나눠 지원하던 것을 올해 예산에서 전액 삭감했다”며 “3~4년 전부터 재정 사업 평가에서 일몰 의견이 제시된 데 따른 것으로 정치적인 이유는 아니다”라며 정치 보복에 의한 방송권 침해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