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귀국자’ 포함 두산인프라코어 간부들, 코로나 시국에 ‘골프 회동’ 구설수

2020-03-29 17:18

"하필 이 시국에 골프라니...답답하네요"

두산인프라코어 일부 임원과 간부 10여명이 그룹의 위기 상황과 코로나19 확산 우려 상황에서도 골프 회동을 가져 구설수에 올랐다.

29일 두산인프라코어와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종합하면 이 회사 엔진 부문 임원과 팀장 등 12명은 토요일인 지난 28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골프 모임을 가졌다. 이곳은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골프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엔 지난 14∼15일 미국 출장 후 귀국한 사람도 2명이나 포함돼, 이를 두고 사내에서도 코로나19 시국에 부적절한 골프 모임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CI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로 휴업 등 임직원들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고, 골프모임 바로 전날 국책은행이 1조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등 경영이 엄중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 더욱 그렇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가운데 10명이 단체로 회동을 했고, 세계 최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에서 돌아온 지 2주도 안된 직원이 동석했다는 것도 부주의한 처사로 평가된다.

블라인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및 모기업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어려운 시기에 리더들이 좀 더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나", "영업조직 리더들이 골프대회를 열었다는 데 힘없는 직원들만 고통 분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나" 등 글이 올라왔다.

또한 "회사에서 영업하라고 받은 골프 회원권을 자기들끼리 사용하다니, 미국 전시회 출장 다녀온 팀장은 자가격리 기간이 아닌가"라는 비난도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번 골프모임은 회사 행사가 아닌 개인적 친목 도모 차원에서 한 것이며 골프 경비는 각자 개인이 부담한 것"이라면서도 "두산중공업의 위기 상황과 코로나19 확산 등 시국이 엄중한 때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출장자 2명의 경우 귀국한 지 2주가 지난 상태였고, 귀국 당시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지침이 없었고 자가격리 대상도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소식을 접한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이번 일이) 사실이라면 이런 시기에 하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한 행동이다. 신속히 상황을 파악한 뒤 책임을 따지고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